아이 안 키우며 양육비도 안 주는 '반쪽 부모', 소득 조사할 수 있게 법 개정 추진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입력 : 2018.02.21 17:01:00 수정 : 2018.02.22 09:48:12

지난 1월 혼자 아기를 낳고는 당황해서 ‘주웠다’고 거짓 신고한 여성의 사연이 이슈가 됐다. 아직 학생 신분인 이 여성은 자작극이었음을 인정하고 아기를 키우기로 했지만, 양육비는 어떻게 될까.

미혼모 등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들이 나머지 ‘한쪽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법·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부모의 소득과 재산은 본인 동의 없이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한 달만 양육비를 주지 않더라도 법원에 감치할 수 있도록 처벌 요건을 낮출 예정이라고 21일 여가부가 밝혔다.

정부는 아이 키우는 책임을 혼자 짊어진 사람이 비양육자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이미 소송, 추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인지청구·양육비 청구소송 등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법원이 양육비 지급을 명령했는데에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관리원이 추심 등 법적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비양육부모의 소득과 재산정보를 본인이 동의해야만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동의하는 비양육부모는 5%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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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법부터 고쳐야 한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여가위를 통과했고 다음주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진 한부모가 관리원에게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을 신청하면 본인 동의 없이도 비양육부모의 소득과 재산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또 지금은 석 달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을 때에만 법원이 비양육부모를 감치처분할 수 있는데, 이를 ‘1개월’로 줄이도록 한 가사소송법 정부개정안을 이달 중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비양육부모가 자녀와 정기적으로 만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면접교섭 지원도 활성화한다. 아이를 키우는 쪽에서 신청하면 관리원이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해 비양육부모와 자녀의 만남을 돕는다. 면접교섭을 경험한 비양육부모는 양육비를 내는 비율이 55.0%로 평균(31.6%)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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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육아 부담을 혼자 책임진 ‘어린 엄마, 어린 아빠’들을 위한 상담과 지원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들은 정부지원금을 포함해도 생활비가 월 50만원 이하인 경우가 46.3%로 절반에 가까웠다. 월 150만원을 넘는 경우는 5.2%에 불과했다. 정부는 현재 만 14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저소득 한부모에 월 13만원을 양육비로 지원한다. 청소년 한부모에게는 여기에 5만원을 더 주고 있지만 생활비로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여가부는 2022년까지 매년 지원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