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한 칭찬도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O)”“단 한번의 성희롱은 실수이므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문제제기 할 수 없다(X)”
고용노동부가 개발한 ‘직장 내 성희롱 셀프 체크 앱’에 담긴 문항들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근절대책의 후속조치로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앱을 개발했다”며 지난 8일부터 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20개로 구성된 체크리스트 문항을 보면 상식적인 내용이 많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구애 행위는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O)” “성적 요구에 대해 상대방이 명백히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 성희롱이 될 수 없다(X)” 등, 굳이 직장이 아니라도 용인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앱을 내놓은 것은 직장 내 언행에 대한 ‘제동장치’의 필요성 때문이다. 최근 ‘미투’ 운동에서 드러나듯, 직장 내 성희롱은 주로 권력 관계에서 빚어지기 때문에 걸러지지 않은 가해자의 말과 행동이 2차, 3차 피해를 야기하곤 한다. 노동부는 “자신의 발언 및 행동에 대해 상대방이 체감하는 정도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주로 발생한다”라며 “개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를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도록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앱은 정답 개수에 따라 본인이 직장 내 성희롱에 얼마나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 결과를 알려준다. 아울러 각 문항마다 ‘이게 왜 성희롱인지’를 설명했다. 예컨대 “직원들끼리 격려하거나 친밀감의 표시로 포옹하기, 어깨 토닥이기, 팔짱 끼기 등의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문항에는 “실제 친밀감의 표현이나 격려의 의미로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의도라도 하더라도 신체적 접촉은 성적 불쾌감을 초래할 소지가 크므로 이는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성인지 감수성’ 체크리스트도 있다. 본인과 소속 조직이 성희롱에 관대한 정도와 성역할 고정관념 수준, 성희롱 관련 규율의 제도화 등 3개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나는 평상시 직원들의 외모나 옷차림새에 대한 얘기를 가끔 하는 편이다” “술자리에서 가끔 성적 농담을 하는 직장 동료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등 20개 문항이 제시됐다.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성희롱 자가진단’을 검색하면 스마트폰에 내려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10인 이상 사업장은 연 1회 실시해야 하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때 이 자가진단 앱을 활용토록 권장할 계획이다. 김덕호 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CEO, 관리자, 노동자가 스스로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지식과 감수성을 체크해보는 기회를 가짐으로서 최근 미투(Me too) 운동이 미퍼스트(Me first)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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