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에 이어 연합뉴스가 새 사장을 뽑는 과정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27일 연합뉴스 신임 사장을 선정하기 위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는 등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사추위는 “사장 선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서류 심사만으로 예비후보자를 추리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개설명회를 갖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개설명회는 오는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연우홀에서 진행된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도 생중계된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예비 사장 후보자들은 참관단 100여명 앞에서 15분 이내로 정책발표를 한 뒤 세 가지 공통질문에 답변한다. 공통질문은 시민들이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남긴 질문을 토대로 마련된다. 누구나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연합뉴스 사장 공개 모집 페이지 갈무리
사추위는 공개설명회 내용을 심사해 3명 이내의 후보자를 진흥회 이사회에 추천한다. 진흥회 이사회는 이달 8일 이들을 면접해 최종후보자를 확정하고 28일 개최되는 연합뉴스 주주총회에 최종 사장 후보자를 추천한다.
■연 350억원 안팍 지원 받는 ‘국가기간통신사’
앞서 공영방송인 MBC와 KBS도 사장 후보를 선출하면서 시민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KBS는 공영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최총 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데 142명의 시민자문단 평가를 40% 반영했다. 연합뉴스가 새 사장 선출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 역시 ‘공영언론’이라는 배경이 깔려있다.
연합뉴스는 1980년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을 양축으로 여러 통신사를 통합해 연합통신으로 출범했다. 1998년 12월 연합뉴스로 사명을 바꿨다. 2003년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됐다. 뉴스통신법은 “연합뉴스사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 해소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명시한다. 연합뉴스는 연간 350억원 안팎의 세금을 정부 구독료 형태로 지원받는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3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억 원 삭감됐다.
연합뉴스 지분 30.77%를 보유한 대주주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 사장 추천권을 포함해 연합뉴스 경영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역할이 비슷하다. 진흥회 이사 7인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때 국회가 3명,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각각 1명씩 추천한다. 지난달 12일 진흥회 5기 이사회가 출범했다.
사장 모집 공고에 나와있는 응모자격를 보면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나타난다. ‘언론의 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이 투철한 자’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미래에 대한 비전이 확실한 자’ ‘도덕성과 첨령성, 책임감을 토대로 조직의 화합 및 결속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 ‘기업성과 공익성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
■‘박노황 체제’ 벗어나 투명함 추구
그동안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연합뉴스를 둘러싸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구성원들은 ‘박노황 체제’를 문제삼았다. 박노황 전 사장은 2009년 편집국장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 축소, 4대강 사업을 ‘찬미’하는 듯한 특집 보도 등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5년 3월 사장이 되고 나서는 연합뉴스 간부들을 동원해 국기게양식을 여는 등 박근혜 정부의 애국코드 맞추기로 논란을 빚었다. 또 편집권 보장 장치였던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하고 노조 간부에게 보복성 인사조치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은 지난해부터 박 사장 퇴진 운동을 진행했다. 지난달 13일 진흥회가 사장 해임안 논의를 하루 앞둔 날, 박 전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5기 이사회가 출범하고 사장이 물러나자 사추위 구성부터 달라졌다. 2015년 4기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축소한 노동조합의 사추위원 추천 권한을 다시 회복했다. 애초 진흥회가 추천한 사추위원 후보 2명 중 1명을 노조가 선택했는데 4기 이사회는 회사가 선택하도록 강행했다. 새로운 사추위는 진흥회 이사 3명과 노동조합 추천 외부인사 1명, 진흥회·노동조합 공동추천 외부인사 1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진흥회가 정한 사장 선임 절차는 비대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나, 모든 것이 비공개로 진행됐던 과거와 달리 투명하고 공개적인 과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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