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사라진 일자리, 24시간 내내 ‘각성 상태’로 로봇과 치열하게 일자리를 다투는 사람들. 기억력을 늘리는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국가고시와 체육대회를 휩쓴다. 전문가와 시민 300여명이 상상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9월 시민·공무원·전문가 326명에게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이슈에 대한 의견을 물은 뒤 20일 발간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사람의 몸에 과학기술이 덧붙여진 ‘트랜스휴먼’이 보편화된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이며,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다.
겨우 2년 앞으로 다가온 2020년에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이고 사회적 영향도 많이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이슈로는 ‘디지털 플랫폼 증가로 인한 특수고용종사자의 확산’이 꼽혔다. 대리운전앱, 배달대행앱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 삼아 ‘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공서열과 정년제도를 없애는 회사들이 생기고, 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은 근무시간을 ‘완전 자율’로 바꿀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물리적인 ‘거리’의 의미가 줄면서 외국 인력의 유입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 오작동을 둘러싸고 책임 논란이 벌어지고, 디지털 생체정보 해킹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0년 뒤인 2037년이 되면 일부 직장인들은 24시간 내내 인공지능 로봇과 일자리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각종 시술로 신체능력을 강화시키는 보건·의료 직업군은 각광을 받지만 기존 노동자들의 저항도 예상된다. 버스·택시기사 등 운수업 종사자들은 자율주행자동차가 보급돼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자기 몸에 기술을 접목할 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격차가 사회문제가 된다. 기업이 작업장 노동자들에게 근육을 강화시키는 ‘외골격 강화복’을 의무적으로 입게 한다면 인권침해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능화된 일자리 플랫폼이 퍼지면 소수에겐 취업 기회가 늘어나지만 취약계층의 일자리 안정성은 크게 위협받을 수 있으니 이들의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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