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전용지구 유플렉스 주변에서 이동측정차량으로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모습. _ 환경부 제공
같은 서울 신촌에서도 고작 200m 차이로 공기질이 다를 수 있다. 교통량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도권대기환경청과 올해 4월24일부터 9일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 신촌역과 북쪽에 인접한 유플렉스 광장의 대기질을 비교 측정했다. 교통량에 따라 인체에 해로운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 등의 농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교통혼잡 지역인 신촌역 7번 출구와 북쪽으로 209m 떨어진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유플렉스 광장을 비교 측정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선 승용차 등 일반 차량은 통행이 제한되며, 대중교통인 시내버스와 구급차 등 긴급차량, 보행자,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신촌 연세로는 서울 시내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됐다.
신촌역 주변 교통혼잡지 도로변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_ 환경부 제공
대기오염이동측정차량과 이동형 VOCs 측정차량을 활용해 오염 농도를 분석한 결과 차이가 확연했다. 미세먼지(PM 2.5)의 경우 신촌역은 51.2㎍/㎥, 유플렉스는 47.6㎍/㎥ 수준으로 7.0%(3.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생성원인 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도 각각 37.2%, 44.5%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차에서 주로 생기는 미세먼지 성분인 질산염과 원소탄소는 유플렉스 주변이 신촌역에 비해 29.6%, 30.6% 낮게 나타났다.
VOCs 중에서 국제암연구소(IARC)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오염물질 가운데 벤젠은 유플렉스 주변이 신촌역보다 36%, 1,3-부타디엔은 31% 적었다. 톨루엔은 35% 낮았다. VOCs는 여름철 호흡기질환 위험을 높이는 오존의 원인물질로 꼽힌다.
이번 측정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중 차량 운행 제한 시행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시됐다. 2017년부터 수도권에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차량제한과 사업장·공사장 조업 단축 등 비상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치의 근거와 효과가 분명치 않아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이번 측정에선 교통량이 감소하면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생성 원인물질도 적게 배출되고, 대기오염도를 7~44.5%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교통제한 정책에 힘이 실리는 결과인 셈이다.
지난 6일 환경부와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는 미세먼지 퇴출 ‘동맹’을 맺고, ‘수도권 비상저감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를 근거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시는 4대문 안 녹색교통진흥지역에서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상시 제한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출가스 등급은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기준으로 1~5등급으로 산정되며, 노후경유차 등 낮은 등급을 받은 차량은 운행제한이 될 수 있다.
2022년부터 수도권에 경유버스 신규 도입을 제한하고, 2027년까지 압축천연가스(CNG) 등 친환경버스로 전면 교체도 합의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날에는 3개 시·도가 연계해서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을 증차한다.
이번 비교 측정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비상 차량만이 다닐 수 있는 보행자 중심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분석한 결과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을 때 교통수요관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대기질 개선효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교통량 관리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 뿐만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인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낮추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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