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아웃소싱했던 업무를 정규직에게 돌려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한국지엠의 이른바 ‘인소싱’ 결정에 정규직 노조가 결국 합의했다. 정규직에게 별다른 압박이 없었는데도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해고로 내모는 절차에 합의한 데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의 이두희 창원지회장은 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인소싱을 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면서 “비정규직들의 장기 파업으로 인해 물량이 더 줄면 더 큰 고용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해고로 이어지는 ‘인소싱’에 합의한 지엠대우와 민주노총 지엠대우지부 노조.
한국지엠 창원공장에는 8개의 하청업체가 있고 이 업체들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700여명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악화된 경영난을 내세우며 차체 인스톨과 엔진 부문 등의 업무에 대해 일부 하청업체와 계약을 종료하고 이 업무를 정규직에게 돌리는 인소싱을 단행키로 했다. 문제는 인소싱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 4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인소싱에 합의한 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의 경영난을 강조한다. 한국지엠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글로벌지엠(GM)이 한국지엠의 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인소싱을 해야할 만큼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조가 나서 비정규직 해고절차에 합의해 준 사실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지엠 사정을 잘 아는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내년 생산물량을 올해에 비해 높게 잡았기 때문에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이유가 없다”면서 “게다가 사측이 인소싱 결정을 내리면서 정규직들에게 고용이나 임금 문제를 두고 압박을 한 것도 아닌데, 즉 정규직들이 아무 피해도 입지 않는데 비정규직 해고에 정규직 노조가 왜 나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사측은 비정규직의 파업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며 해고를 합리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정규직 상당수도 이러한 논리에 공감하면서 인소싱 합의까지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2013년과 2016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요구 파업이 부당하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인소싱에 이렇게까지 빨리 합의를 해 줄 줄은 몰랐다”며 당황하고 있다. 진환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은 “글로벌지엠의 전체 생산은 늘고 있는데 (글로벌지엠이) 유독 한국지엠 물량만 줄이고 있다”면서 “특히 사측이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수가 많은 업체들만 골라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점을 볼 때 이번 인소싱 결정은 노조파괴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가 노동자 전체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하는데 인소싱 합의를 해준 점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한국지엠지부(정규직 노조)가 사측의 인소싱 결정에 합의해줘선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정규직 노조는 이 지시마저 거스르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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