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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의 '수상한 2노조'...협력업체가 나서서 "노조 가입원서 써라"?

대전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 모습. |연합뉴스

대전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12일 한국노총 공공연맹은 파리바게뜨에 산하 노조가 조직됐으며 “제빵노동자 10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계열 노조원이 700여명인데 그보다 많은 제빵기사들이 한국노총 측에 가입했다는 것이었다. 한국노총은 직접고용이 아닌 다른 방안들도 논의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민주노총과는 다른 입장을 밝혀왔다. 새 노조는 지난 8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본사에 불법파견을 시정하고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고용하라 했는데, 제빵기사들 사이에 또 다른 노조가 생겨나 회사와 협력업체들 손을 들어주는 꼴이다. 

하지만 14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새 노조가 조직되는 과정에 ‘불법파견’의 한 축인 협력업체(인력파견업체)들이 관여한 정황이 짙다. 협력업체 ㄱ사 관리직 직원은 지난 11일 자사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해피파트너즈’로 넘어가는 전직 동의서와 근로계약서, 그리고 노조 가입원서 3가지를 작성하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케익 만들기를 교육하는 자리에서였다.

해피파트너즈는 본사측이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해 ‘상생기업’이라는 명분을 붙여 새로 만들려하는 별도 회사의 이름이다.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주 3자가 협력해 해피파트너즈를 만들고, 여기에 제빵기사들이 소속되게 한 뒤 가맹점에 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노동부의 시정명령 취지와는 다른데다, 제빵기사들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본사와 협력업체들이 제빵기사들에게 ‘전직 동의서’를 받으면서 사실상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도 줄을 이었다. 

협력업체가 제빵기사들에게 전직 동의서를 받으면서 배포한 것은 새로 만들어진 한국노총 계열 노조 가입원서였다. 이 관계자는 “해피파트너즈 노조는 한국노총에 소속된 기업별 노조로, 저희 회사 소속만 가입할 수 있다”며 “임금이나 근무형태를 근로자들이 직접 (협상)하는 것이라 (민주노총보다 협상이)좀 더 수월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한국노총 가입을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어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조는 설립 자체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인 유성기업이 금속노조를 견제하려고 만들었던 노조가 지난 10월 서울고법에서 “자주성과 독립성이 없어 노조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파리바게뜨 2노조의 상급단체 격인 한국노총 공공산업노조 문현군 위원장은 “우리도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 점주들이 직고용을 원하는 기사는 쓰지 않겠다고 하는 등 해답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관리직이 노조활동에 개입한 것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주임들 스스로도 고용불안을 느껴 기사들에게 가입원서를 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복잡하게 꼬인 파리바게뜨 사태에 끼어들어 세를 확장하려는 한국노총에 대해 곱잖은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 12일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는 “본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조직 확대에만 방점을 둔 한국노총의 입장은 당혹스럽다”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8일 관계자들끼리 만나 파리바게뜨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