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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철원평야에 두루미 930마리가 왔다...19년만에 최대  

2018.1.28 김상범 기자


올 겨울 강원도 철원 평야를 찾은 두루미 숫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겨울 철새들을 훌륭한 환경에서 맞이하려는 민·관의 노력이 어우러져 전 세계 3000여마리밖에 남지않은 두루미가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28일 환경부는 올 겨울 930마리의 두루미가 철원 평야를 찾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1999년부터 철새들이 오가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철원 평야 조사에서는 두루미 930마리가 관찰됐다. 관찰 이래 최대 숫자다. 철원평야를 찾는 두루미는 1999년 382마리를 시작으로 2008년 603마리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한탄강의 두루미들. 사진 환경부


두루미는 한국의 조류 중 가장 키가 큰 새다. 지구상에 불과 2800~3300여마리밖에 남지 않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분류돼 있다. 중국 흑룡강성 자롱습지과 산장평원, 러시아의 힝간스키, 블라보브첸스크 등지의 습지에서 번식한다. 월동은 철원과 중국 얀첸지역에서 한다. 그 가운데 철원평야가 단연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역으로 꼽힌다. 전 세계 야생 두루미의 30%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철원평야는 임진강 및 한탄강 일대의 약 150㎢ 규모의 넓은 평지로, 겨울에도 얼지 않는 여울 등 철새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철새를 맞기 위한 민·관의 노력도 한몫했다. 환경부는 2004년부터 지자체와 농민들이 맺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에 국고 6000만원을 보조하고 있다. 두루미와 철새들이 낙곡 등의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벼를 수확한 뒤 볏짚을 논에 내버려 두는 사업이다. 볏집을 거둬서 내다팔 경우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도 주민들은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또 2015년부터 시행중인 ‘철원 두루미 서식지 보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수확이 끝난 논에 물을 가둬 두루미에게 우렁이 등의 먹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철원평야를 찾는 철새의 수는 두루미를 포함해 매년 늘고 있다. 2015년 철원평야를 찾은 철새 수는 47종 1만864마리였으며, 올해에는 그보다 2.7배 증가한 49종 3만9898마리를 기록했다.

정종선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철원평야에 많은 철새들이 찾는 것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보호 활동 때문”이라며, “주민들의 철새 보호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이러한 활동이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관광 활성화에도 힘쓰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