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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아이가 숨을 못 쉬어요" 미세먼지 대책 놓고 시민들에 질타당한 환경부 장관

“일곱 살 저희 아이가 미세먼지 심한 날에 4시간 이상 활동을 하면 밤에는 코가 막혀서 당장 숨을 쉬지를 못합니다. 지역 카페에 들어가 보면 미세먼지 심한 날마다 신생아들이 코가 막혀 숨을 못 쉰다는 글이 계속 올라옵니다. 10년, 20년 후의 영향이 중요한 게 아니고요, 지금 태어난 아이들 당장 숨쉴 수 있게 해 달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연초부터 시민들을 숨막히게 한 미세먼지의 대책을 놓고 시민들이 장관을 불러 거세게 질타했다. 장관은 질문 홍수에 답변을 해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환경부 장관 초청 미세먼지 대책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시민모임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세먼지 실효적 대책 촉구’ 간담회를 가졌다. ‘미대촉’은 2016년 네이버 카페로 문을 열었고, 이제는 가입자 수가 7만명이 넘는다. 이날 간담회는 이들의 초청을 김 장관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장관이 정책 현안을 놓고 시민들의 ‘부름’에 응해 머리를 맞댄 것은 이례적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미대촉 회원 50여명은 김 장관에게 그동안 쌓였던 고민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모두 쏟아냈다. 참석자 대부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회의장은 쓴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아이들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참석자들은 26년 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문재인 정부 환경부 수장이 된 김 장관에게 큰 기대를 보이면서도,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즉각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을 가장 많이 아쉬워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에어코리아’에 실시간 공개되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으로 강화해 달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장관이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바꿀 수 없다”고 하자 곳곳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회원들은 “학교 교사들의 문제의식과 대응능력이 부족해 실외활동 때 아이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교육부와 공조해 대책을 빨리 내놓아달라고 했다. 간담회 시작 전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 취약 계층인 유아와 학생들의 건강에 대해 교육부의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화되는 대기환경기준을 오는 3월 1학기 시작 첫 날부터 적용하게 하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미세먼지 유해성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회원이 “외교적 문제 때문에 환경부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냐”는 뜻의 질문을 하자 김 장관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과 대등하게 얘기하지 못해 감추는 것은 절대 없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초 1시간 반으로 예정된 이날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더 이어졌고, 김 장관은 자리를 뜨지 않고 모든 얘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