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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평창 올림픽 '잔치' 끝나면...파헤쳐진 가리왕산 어쩌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가 끝난 뒤 남겨질 아픈 숙제가 있다. 알파인 종목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이다. 정부가 산의 복원을 약속하며 스키장 공사를 시작했으나 환경단체가 점검해 보니 공사는 마구잡이로 진행됐다.

녹색연합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장이 있는 가리왕산이 공사 과정에서 복원이 철저히 외면된 채 광범위하게 훼손됐다고 21일 지적했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21일 가리왕산 스키장 공사과정을 모니터링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곤돌라 타워와 라인 하부에는 송전탑 공사 때 쓰이는 훼손저감 공법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공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려운 해발고도 1200m 위쪽 고지대의 토양도 다 갈아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장 작업도로는 폭 6m면 충분하고 작업도로 대신 슬로프를 이용할 수도 있었는데, 폭이 12~15m에 달하는 도로를 깔았다. 녹색연합은 “복원을 전제로 했다면 훼손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복원하는 데에 기술적 어려움이 커질 것은 물론이고 복원 예산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한 공사가 불러온 결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슬로프 주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지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공사과정에서 지하수 흐름이 교란돼 활엽수 뿌리가 약해진 데다, 슬로프를 따라 강풍이 불어와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 슬로프 지역에서 뽑아내 가리왕산의 다른 곳에 옮겨 심은 전나무, 분비나무, 주목 등 272그루 중에 분비나무와 주목의 잎은 시들어가거나 탈색되고 있다.


2016년 10월 가리왕산에서 스키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침엽수는 잎이 다 떨어졌고 뿌리째 뽑혀 쓰러진 나무들도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나무들 대부분이 활력을 잃고 시름시름 앓고 있어 올해를 넘기기 힘들어 보인다”면서 “이식수목 고정장치는 각목을 대충 잘라 붙인 조잡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살펴본 강원도 이식수목 관리대장에는 10~30그루를 뭉뚱그린 현황만 있을뿐 수목 개체별 기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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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사과정에서 파헤친 흙을 복원에 쓰겠다고 했으나 슬로프에 그대로 묻혔다. 녹색연합은 “떠낸 표토층 일부는 토양의 생명력이 유지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쌓아놨다”고 지적했다. 1994년 덕유산과 1997년 발왕산에도 국제경기를 열기 위해 당국이 보호림을 파헤쳐 스키장을 지었는데, 이 지역들에서 다른 곳에 이식한 나무는 거의 죽었다. 가리왕산도 그런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녹색연합은 환경영향평가와 산지전용협의가 형식적이고 부실했던 것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덕유산 무주리조트 스키장, 발왕산 용평리조트 스키장에서 나타났던 졸속과 부실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나아진 게 없고 ‘올림픽’으로 이름만 바꾼 채 재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