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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차례 지내고 어디 갈까···막바지 겨울정취 느낄 숲길 어때요

2018-02-17 송윤경 기자

오대산국립공원 전나무숲길 _ 국립공원관리공단

설날 차례를 마친 후 가족들과 가볍게 나들이할 만한 곳은 없을까.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겨울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국립공원 걷기 좋은 길 5곳’을 선정했다. 어린 아이나 노인도 어렵지 않게 탐방할 수 있는 저지대에 있으면서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추린 결과다.

드라마 ‘도깨비’의 오대산 전나무 숲길

약 1㎞에 이르는 오대산 전나무숲(사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 입구에서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됐으며 7년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도 받았다. 수백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맑은 오대천 사이에 도열해 있으며, 그 끝엔 천년고찰인 월정사가 위치해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에는 이곳에 마련된 ‘올림픽존’에서 한국의 전통 나무스키를 타 보고 ‘신발의 신발’ 설피도 신어볼 수 있다. 설피는 대관령 지역 주민들이 겨울철에 방한을 위해 신발 위에 신던 덧신이다. 전나무 조각을 이용해 전나무 향주머니도 만들어볼 수 있다.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다국어 탐방·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해 볼 만 하다. 내국인은 10인, 외국인은 4명 이상이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이나 전화(033-332-6418)를 통해 예약이 아능하다.

기암괴석 위에 쌓인 눈...설악산 주전골

설악산 주전골은 오색약수터에서 선녀탕과 용소폭포로 이어지는 구간에 있다. 남설악 가운데 가장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계곡이다.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추운 곳이라고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계곡을 둘러싼 기암괴석 위에 쌓인 눈을 감상할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주전골 용소폭포 |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국립공원 주전골 용소폭포 | 국립공원관리공단

오색약수터는 조선 중기 1500년경 오색석사의 승려가 발견한 곳이다. 오색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 윤기가 난다고 하며, 위장병과 신경통, 빈혈증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색약수는 암반에서 솟아나는데 제1약수터와 제2약수터 가운데 제2약수터는 주전골 방향으로 2㎞ 올라가면 위치해 있다. 주전골 탐방 전후에 가족과 함께 오색약수를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탐방이 끝난 후 시간이 된다면 오색 탄산 온천도 들러볼 만 하다.

삼릉숲의 소나무는 왜 구불거릴까...경주 삼릉숲길

경주 삼릉숲길의 상징은 ‘소나무’다. 구불거리는 소나무를 마음껏 구경하고 솔향기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연작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삼릉 소나무숲길 |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릉 소나무숲길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주시에 따르면 유독 경주의 소나무가 구불거리는 배경엔 17만호가 살았다는 신라시대의 벌채 때문이다. 곧은 소나무만 베어내다보니 구불거리는 소나무의 후손만 남았다는 것이다. ‘삼릉’은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는데, 왕릉 보다는 소나무 숲이 더 유명한 곳이다. 삼릉숲에서는 용장사지 삼층석탑과 마애석가여래좌상 등 문화재도 둘러볼 수 있다.

경주 교동최씨 고택 | 경주시

경주 교동최씨 고택 | 경주시

숲길을 다녀온 후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최부자집 고택이 있는 교촌마을을 구경해도 좋다. 교촌마을은 향교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치킨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12대 만석꾼을 배출했다는 ‘부자가문’ 경주 최씨 집안엔 대대로 내려오는 ‘육훈’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말 것,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할 것,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 것, 과객을 후하게 대할 것,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 며느리들은 3년 간 무명옷을 입을 것 등이 육훈의 내용이다.

이번 설 연휴인 16일~17일 교촌마을에서는 오후 4~5시에 국악 연주도 진행된다고 한다.

고즈넉한 겨울정취 물씬...내장산 백양사 쌍계루

백양사가 있는 전북 정읍의 내장산은 단풍잎이 작은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겨울철엔 백암산과 쌍계루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는 풍경도 아름답다. 내장산은 원래 영은사가 있다고 하여 영은산이라고도 불리다가 산 속에 절경이 많이 감춰져 있다는 뜻의 내장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내장산 주변지역에서는 장성 곶감을 맛볼 수도 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 쌍계루 | 국립공원관리공단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 쌍계루 | 국립공원관리공단

무등산국립공원 무돌길 풍암정 계곡| 국립공원관리공단

무등산국립공원 무돌길 풍암정 계곡| 국립공원관리공단

광주 무등산의 무돌길도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풍암제에서 충장사, 등촌마을 돌담마을까지 이어진 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눈보라여, 오류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은 황지우의 시 ‘눈보라’의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