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노인·미래세대 공존 모색
ㆍ소득대체율 45%로 고정하면 노인빈곤율 10% 떨어져
ㆍ보험료율 13% 인상 땐 기금소진 시점 8년 늦출 수 있어
‘용돈연금’과 ‘미래세대의 부담’. 2018년 현재 국민연금은 부담스러운 두 가지 오명을 안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기에 연금은 쥐꼬리만 하고, 충분한 돈을 주자니 미래세대가 메꿔야 할 돈이 많아지는 그런 구조다. 노인과 젊은 세대를 한꺼번에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상황은 제도의 개혁에도 걸림돌이 됐다. 개선안의 방향에 따라 두 세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자칫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학계에서 연구한 국민연금 제도 개혁안과 예상 효과를 봐도 이 같은 문제를 알 수 있다. 권혁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의 적정성과 재정안정성에 대한 전망’ 논문에서 노인세대들의 급여를 올려주기 위해 소득대체율(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을 50%로 올리는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현 제도대로라면 내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4.5%로 낮아지고 2028년까지 40%로 떨어질 예정이다.
권 교수의 실험에서 노인빈곤율(65세 이상 가구 중 중간가구 소득의 절반도 못 버는 가구의 비율)은 2035년 80%에서 2050년에는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노인빈곤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 경우 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은 1년 당겨졌다. 이때의 근로세대들은 대폭 오른 보험료로 연금 수급 세대들을 부양해야 한다.
논문은 반대로 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경우도 가정했다. 실험 결과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56년으로 8년가량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세대들은 이 기간에는 큰 보험료 인상 부담 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정수지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도 5년가량 늦춰졌다. 하지만 이 경우 노인빈곤율은 장기적으로 90%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연금을 수급해야 할 노년층의 80~90%가 공적연금만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두 세대 모두 만족하고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논문은 소득대체율을 올해부터 45%로 고정하고, 보험료율은 현재의 9%에서 2035년까지 11%로 올리는 상황을 가정해 노인빈곤율 변화를 파악했다. 그 결과 기금 소진 연도를 1년가량 늦추면서도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떨어지는 상태로 놔두면 노인빈곤율은 2050년 78%에서 2070년 90%에 달했다.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하면 2050년 노인빈곤율은 75%였으며, 2070년에는 80%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을 늘리는 방안도 노인과 청년층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우에 속한다. 의무가입연령이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나이의 상한선을 뜻한다. 현재 60세 미만(59세)으로 돼 있는데 연금을 받는 나이인 62세와 격차가 있어 불필요한 공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의무가입연령을 수급연령 바로 전년도까지 맞춰주는 것을 가정해 가입자들의 수급액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살폈다. 이 경우 가입자들이 받는 혜택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올랐다. 1968~1974년생인 ‘제2차 베이비붐 세대’들이 급여 개시 시점에 받을 수 있는 월 연금액은 4만4000원 정도 올랐으며, 1979~1992년생인 ‘베이비붐 에코세대’는 월 연금액이 최대 10만8000원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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