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내신시험 문제유출 의혹이 일었다. 애초에 이런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남의 사립학교에서 교무부장 ㄱ씨가 이 학교 2학년생인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내신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줬다는 소문이 돌았다. 두 학생이 1학기에 성적이 갑자기 크게 올라 각각 문과와 이과 1등을 차지했는데, 수학시험에서 정답이 정정된 문제에 ‘정정 전 정답’을 똑같이 적어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학교 시험지 유출을 조사하고 고교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ㄱ교사는 “아이들의 밤샘노력이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고, 심지어 의심까지 받게 되어 마음이 무척 상했다”며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ㄱ교사는 2학년 이과 전교 1등을 한 딸은 1학년이던 지난해 1학기 전교 59등, 2학기 전교 2등이었다고 썼다. 문과 1등을 한 딸도 지난해 1학기 121등에서 2학기 5등으로 올랐다고 했다. 교무부장으로 시험지를 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개된 교무실에서 약 1분간 형식적 오류를 잡아낸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 글은 현재는 삭제됐다.
학교 측은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홈페이지에 13일 교장 명의로 입장문을 올려 “교육청에 특별장학(조사)과 성적감사를 의뢰하겠다”면서 “조사·감사에 성실히 임해 진위가 객관적으로 규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학업성적관리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성적관리기준도 새로 수립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곧바로 특별장학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는 장치는 현재로선 없다. 특히 초등학교는 육아 문제를 고려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다녀도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 반대로 교사 부모를 둔 학생이 중·고교 원서를 접수할 때 ‘부모가 있는 학교에 배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면 배정대상에서 제외해준다.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에 11일 ‘고교 재직자와 그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자는 “고교 내신과 학생부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고교 재직자와 그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고교 교사 및 행정직원은 물론이고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운영자의 직계 자녀 재학을 금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경기도의 경우 학생이 부모 학교에 진학하면 부모를 전근보내는 ‘상피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배정 때 어느 학생의 부모가 어떤 학교 교사인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사전에 막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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