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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쫓으려다 전자파 노출…“손선풍기, 몸에 바짝 대지 마세요”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올 여름 폭염을 버티게 한 ‘손선풍기’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몸에서 25㎝ 이상 떼어야 한다. 고압송전선로 아래를 지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전자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시판 중인 손선풍기 13개 제품을 직접 측정한 결과 12개 제품의 평균 전자파 세기가 647밀리가우스(mG)에 달했다고 20일 밝혔다.

휴대용 손선풍기는 해외 관광지에서 한국인을 구별하는 도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널리 쓰인다. 이번 실험도 손선풍기를 몸에 달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걱정한 한 초등학교 교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센터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초까지 백화점, 할인마트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손선풍기를 구입했다. 13개 제품 중 9개는 중국산, 2개는 한국산이었고 나머지 2개는 제조국이나 인증표시가 없었다.

측정해 보니 손선풍기와 몸의 거리에 따라 전자파의 세기가 큰 차이가 났다. 측정기를 손선풍기에 1㎝ 간격으로 밀착해보니 50~1020mG가 나왔다. 국내에서 제조된 한 제품만 50mG의 낮은 전자파가 방출됐고, 나머지는 281mG 이상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측정기를 5㎝ 떼면 전자파는 2.4~60.6mG로 크게 떨어졌다. 25㎝에선 0.2~1.0mG, 30㎝에선 0.1~0.6mG였다. 전자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손잡이에서도 37.4~168.8mG의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잡이를 잡으면 어떻게든 전자파에 노출되는 셈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손선풍기는 흔히 쓰이는 DC 5V 충전식이었는데 충전기와 모터에서 모두 높은 수치의 전자파가 나왔다. 다만 전자파의 세기가 거리의 제곱 또는 세제곱에 반비례하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거리를 조금만 떼어도 수치가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설정한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은 833mG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선 규제 기준을 2~10mG로 설정하고 있어, 국내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측정 결과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 전자파가 가장 세게 발생하는 헤어드라이어(200~300mG) 보다도 최고 세 배 높다. 고압송전선로 밑에선 약 15mG의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압송전선로나 일반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인 극저주파는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돼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고압송전선로 주변에 사는 어린이들이 3~4mG 전자파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경우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전기기기 사용이 늘면서 전자파에 과다노출되는 상황에서 간과할 수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손선풍기는 모든 연령대에서 빈번히 쓰이고 폭염으로 사용시간도 늘고 있기 때문에 전자파 발생 실태조사와 더불어 안전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제조 기업들도 제품 안내에 전자파 수치와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손선풍기는 머리와 얼굴에서 25㎝ 이상 떨어뜨리거나 책상 위에 세워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어린이와 임산부는 쓰지 않는 게 좋지만, 꼭 써야한다면 사용시간을 줄이고 거리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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