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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기

[노도현의 스쿨존]“교장쌤을 돌려주세요” 서울시의회 ‘체험학습’ 나선 동구여중 학생들

“교장쌤을 돌려주세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동구여중 학생 200여명이 모였다. 몇몇 학생은 손글씨를 쓴 종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발언대에 올라간 학생회장 김효나양(16)은 “저희가 오늘 수업 대신 여기 오게 됐다. 이번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학교문제에 관심 갖고 다른 학교 친구들도 이 문제를 알 수 있도록 많이 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하던 본회의장이 숙연해졌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앞 경희궁 경내에서 학부모회 주최 체험학습을 나선 동구여중 학생 200여 명이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겉만 보면 영락없는 의회 견학이지만 동구여중 학생들이 모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 정상화’다. 이날 1~3학년 학생 200여명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서울시교육청과 시의회를 찾아 ‘교장선생님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기다리는 교장선생님은 동구여중에서 체육을 가르쳐온 교사 오환태씨다. 지난해 5월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됐지만 재단 측 저지로 학교에 발도 못 딛는 신세가 됐다.

동구여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구학원에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2년이다. 당시 시교육청은 동구마케팅고등학교 교사 안종훈씨의 내부제보를 받고 감사를 벌여 비위 수십건을 적발했다. 안씨는 2014년 파면당했다. 재단 측은 안 교사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파면처분 취소결정을 받고 복직하자 다시 파면했다. 소청심사위가 파면처분을 또 취소하자 수업을 주지 않고 직위해제를 반복했다. 2016년 9월 시교육청은 비리를 저지른 학교 관계자를 징계하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안씨에게 불이익을 준 동구학원 이사진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3월에는 임시이사도 파견했다.

하지만 법원이 ‘시교육청의 조치가 과도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물러났던 재단 측 이사들이 복귀했다. 이들은 지난 2월 오씨의 교장 임용을 취소했다. 오씨는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청을 냈고, 지난 6월 소청심사위는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단 측은 이번엔 오씨를 직위해제했다. 한 학부모는 “재단 측은 교장선생님이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점을 들어 아이들을 선동해 학업 분위기를 흐렸다는 이유를 댔다”며 “지금은 학교 교문 근처에도 오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구여중 부장교사 8명이 항의 표시로 보직에서 사퇴하고 학부모들도 ‘정상화를 위한 학부모회’를 꾸려 반발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시교육청 옆 경희궁 공원에서 모였다. 공원에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동구여중 민주시민 체험학습’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학생들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학교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달라고 편지를 썼다. 교육감실 소속 장학사가 이를 받아 조 교육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3학년 김시온양(16)은 “문제가 점점 커지니 나도 동참해야겠다 싶어서 체험학습에 참여했다”면서 “교장이 되신 뒤에도 급식실에 찾아와 아이들을 항상 친구처럼 대해주신 선생님이 하루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원양(16)은 “졸업식에서 꼭 교장선생님을 뵙고 싶다. 1학년들은 아직 교장선생님을 본 적도 없는데, 계속 선생님 자리가 비어있으면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자발적으로 체험학습에 나선 학생은 전교생의 40%가 넘는다. 학부모 30여명이 학생들을 인솔했다. 3학년 학부모 최성희씨(50)는 “200여명이나 왔다는 건 문제가 해결되기를 그만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방학 끝나고 학교에 가보니 선생님 몇 분이 안보였다며, 아이들이 이러다가 교장선생님에 담임선생님까지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맞이한 장인홍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여러분 학교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고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