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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최대의 명절’은? 추석 VS 설

지난해 9월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아기 오랑우탄이 추석을 앞두고 사육사들이 준비한 구절판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아기 오랑우탄이 추석을 앞두고 사육사들이 준비한 구절판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TV와 라디오, 지인이 보내온 추석인사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하지만 설에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한다. 민족 최대 명절은 추석과 설 중 어느 날일까. 추석과 설은 연휴 기간이 명절 당일 전후 3일로 같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추석은 가을, 설은 겨울에 있다. 추석에는 송편을, 설에는 떡국을 먹는다.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는 설만의 세시풍속도 있다. 과거에는 농경사회였다는 점에서 가을철 수확기에 오는 추석이 훨씬 풍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운 농법의 발달로 이제는 설음식과 추석음식의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여름 더위에 지쳐 빨리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더니, 어느덧 밤낮으로 선선해지고 추석이 왔다.

추석연휴 나흘째인 2014년 9월 9일 서울 남산 하늘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연휴 나흘째인 2014년 9월 9일 서울 남산 하늘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라시대에도 추석이 있었다

채취와 수렵을 하던 원시시대에서는 곡식이 익은 추석 무렵이 한해 중 가장 풍성한 계절이었다. 먹고살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겼다. 추석은 그 시작이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다. 유래를 찾다보면 <삼국사기>에 실린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내 부녀들을 두 패로 나누고 왕녀 2명이 각 패를 거느려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한달 동안 베짜기로 승부를 냈다고 한다. 진 편은 이긴 편에 음식과 술을 대접하고, 서로 노래하고 춤을 췄는데 이를 ‘가배’(嘉俳)라고 했다. 이 말이 변해 추석의 순 우리말인 ‘한가위’가 됐다.

추석은 고려시대에도 9대 명절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설, 한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에 들었다. 근대화를 거쳐 오늘날에는 설과 추석만이 국가적인 명절로 남았다. 공업이 생업의 중심이 되면서 계절에 따른 풍습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추석 또한 전통적인 성격이 흐려져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날이 됐다.

추석은 광복 후 1946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는 추석 당일과 그 다음날 쉬는 이틀 연휴였고, 1989년부터 추석 전날을 포함해 3일 연휴가 됐다.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추석이 명절이다. 3일 연휴인 설날과 달리 당일 하루만 쉰다.

충청북도 옥천군 마암리에 있는 사회적기업 ‘창대 방앗간’ 자원봉사자들이 2015년 9월 24일 추석을 앞두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나눠줄 송편을 빚고 있다. 김정근 기자

충청북도 옥천군 마암리에 있는 사회적기업 ‘창대 방앗간’ 자원봉사자들이 2015년 9월 24일 추석을 앞두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나눠줄 송편을 빚고 있다. 김정근 기자

■설보다 이동인원·휴무일수에서 우위

추석과 설 중 어느 날이 민족 최대 명절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만 추석 연휴일수나 이동규모를 비교해볼 순 있다. 명절 연휴가 되면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민족대이동’이 일어난다. 이 시기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인원과 통행량 규모로 보면 추석의 우위에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올해 발간한 ‘10년간 명절연휴 통행실태’를 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2008년과 2011년, 2015년을 제외하고 추석 수송인원이 많았다. 수송인원은 승용차, 고속버스, 시외·전세버스, 철도, 항공, 해운을 이용한 인원을 산출한 값이다. 2016년 수송인원은 추석 3539만명, 설 3536만명이다. 지난해는 추석 3644명, 설 3201명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올 추석 연휴기간 총 이동인원을 3664만명으로 예측했다. 연휴 3일간 일평균 고속도로 교통량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석이 높았다. 지난해 대형차량을 제외한 차종의 일평균 교통량은 추석 503만대, 설 394만대였다.

추석 연휴에 접어든 1997년 9월 13일 고속도로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추석 연휴에 접어든 1997년 9월 13일 고속도로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명절 연휴기간 해외로 출국하는 숫자는 해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의 ‘2011~2017 설, 추석 연휴기간 국민 해외여행객 출국 통계’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추석에 출국한 인원이 더 많았던 해는 4번이었다. 특히 지난해 추석은 최장 10일 연휴여서 그 전해 추석 연휴(32만여명)보다 해외 출국자 수가 3배 이상 늘어난 102만명을 기록했다.

연휴 길이로 따지면 설은 이어지는 휴일이 주말밖에 없다. 추석은 개천절이나 한글날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추석 연휴가 조금 더 긴 편이다. 지난해 추석은 9월 30일 토요일을 시작으로 10월 2일 임시공휴일, 3~5일 추석, 6일 대체공휴일(3일 개천절), 9일 한글날까지 무려 10일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달콤한 연휴를 맞으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2015년에는 설 연휴가 5일, 추석 연휴가 4일로 설 연휴가 더 길었다.

추석이 설보다 여러 수치가 더 높은 것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우선 설은 양력설을 미리 쇠고 음력설에 고향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계절로 봐도 설은 추운 겨울이지만 추석은 나들이가기 좋은 가을이다. 어느 날이 민족 최대 명절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다만 추석이 어느 때보다 넉넉하고 풍성한 날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