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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같아라’ 덕담 무색한···태풍, 지진 몰아친 사상 최악의 추석은?

2015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29일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시민들이 투호 놀이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5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29일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시민들이 투호 놀이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 한가위는 연휴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둥실 보름달도 무난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추석에 태풍과 지진이 닥치면서 최악의 추석이 된 해도 있었다.

#1959년 9월17일은 추석이었다. 그리고 한국 역사상 최악의 태풍이었던 ‘사라’가 한반도를 강타한 날이기도 했다. 차례도 올리기 전 새벽에 들이닥친 태풍 사라는 제주도와 남해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날 동아일보 석간에서는 태풍의 상륙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남해 일대를 휩쓸고 있는 태풍 ‘사라’로 말미암아 부산 시내는 모든 교통이 두절되고 전기는 단전되었으며 기왓장과 간판이 날고 가로수가 부러지는 등 완전히 시민들은 공포 속에 빠졌다”고 전했다. 다음날 태풍 피해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 제목은 ‘공전의 대참화’. 태풍 사라는 사망·실종자 849명, 이재민 37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한반도를 할퀴고 갔다. 심란한 추석이었던 셈이다. 비가 지나고 맑은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다.

‘한가위 같아라’ 덕담 무색한···태풍, 지진 몰아친 사상 최악의 추석은?

“태풍 사라호의 짖꿎은 장난으로 올해엔 달없는 추석을 맞는다 했더니 이날 하오부터는 차츰 개어 저녁 육시-일삼분 정각 보름달이 뜬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사이로 둥실떴다. …… ‘서라벌’ 밝은 달밤에 길쌈을 내기하고 무술을 다투며 조상을 공경하고 평화를 빌던 조상들의 마음이 추석날을 즐기는 오늘 또한 저 달을 보는 자손들의 마음에 간절하다.”(동아일보 1959년 9월18일)

#2003년 추석에도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최악의 추석이 됐다. 그해 추석은 9월11일었는데 태풍 ‘매미’가 9월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 영남 지역을 관통했다. 매미는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무섭다는 속설을 증명했다. 중심부 최저기압이 950h㎩로 사라를 넘어섰고, 상륙 후에도 세력을 잃지 않았다. 제주 기상대에서 초속 60m를 기록해 관측 이래 가장 센 바람으로 기록됐다. 9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태풍의 길이 열려 세력을 유지한 채 올라오고, 북쪽에서는 찬공기가 점차 내려오기 때문에 둘이 만나면 많은 비를 뿌릴 수 있다. 사상자가 130명, 재산피해액은 41억 달러(4조 2,225억원대)에 달했다. 특히 부산항의 80m 높이 골리앗 크레인을 무너뜨린 일로도 유명하다.

2003년 9월13일 경향신문 ‘한가위 잊은 노 대통령’ 기사에선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반대한 농민 이경해씨 자살, 태풍 ‘매미’ 피해”로 “노무현 대통령이 추석 연휴 동안 평상시와 다름없을 만큼 분주했다”고 전했다. 매미가 입힌 피해로 귀경길 정체까지 더해지면서 이래저래 최악의 추석으로 기억에 남았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크레인이 태풍 ‘매미’가 몰고온 강풍으로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철도 및 도로를 비롯한 주요 구조물들의 설계 및 안전 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크레인이 태풍 ‘매미’가 몰고온 강풍으로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철도 및 도로를 비롯한 주요 구조물들의 설계 및 안전 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년 추석에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떨어졌다. 추석 연휴는 9월21~23일이었는데 화요일에서 목요일에 걸치면서 월요일과 금요일을 쉬면 최장 9일까지 이어지는 황금 연휴였다. 하지만 추석 전날인 21일 수도권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이날 서울에 내린 비는 259.5㎜로 서울의 9월 평균 강수량의 1.5배에 달했다. 9월 하순 강수량으로는 1907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였다. 북쪽에선 몽골에 중심을 둔 차갑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하고, 남쪽에선 습하고 따뜻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둘이 한반도 중부에서 만나 서울지역에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됐다.

대부분의 강수가 오후시간에 집중됐는데 강도가 매우 심해서 도심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가 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폭우로 주택 침수도 잇따랐다. 당시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고 고향으로 떠난 사람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동 주민센터에는 피해 보상 문의를 묻는 전화가 폭주했다. 추석에 수재민이 된 우울한 추석이었다.

2010년 9월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지역에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고 100㎜에 달하는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에서 얕은 도로로 피해 운행하는 차량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년 9월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지역에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고 100㎜에 달하는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에서 얕은 도로로 피해 운행하는 차량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6년 추석은 지진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연휴를 이틀 앞두고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던 ‘경주 지진’이 발생했다. 12일 오후 7시44분쯤 규모 5.1의 1차 지진이 발생하고, 이날 오후 8시32분쯤 2차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는 한반도 관측 이래 최대인 5.8이다. 지속 시간이 10초 이내로 길지 않았지만, 전국에서 진동을 느낄 정도로 큰 지진이었다. 다행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큰 지진은 없었다. 하지만 경주 지역은 연휴 기간에도 여진이 이어져 불안감을 키웠다. 13일에는 미국 괌 인근에서 태풍 ‘말라카스’가 발생해 추가적인 피해 우려가 나왔지만, 다행히 대만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9월 말 태풍 ‘차바’가 부산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남해안에 큰 피해를 입혔다.

2016년 9월13일 전날 지진으로 경북 경주시 꽃마을 한 병원의 담과 지붕의 기와가 무너져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6년 9월13일 전날 지진으로 경북 경주시 꽃마을 한 병원의 담과 지붕의 기와가 무너져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 외에도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1993년에는 추석 귀성객들과 엑스포 관람객이 겹치면서 최악의 교통난이발생해 서울에서 대전까지 16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1996년에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강원도에선 불안한 추석을 보내야 했다.

서울 하늘 위로 뜬 보름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하늘 위로 뜬 보름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 추석 연휴는 쾌청한 날씨가 이어진다. 연휴 내내 대체로 맑고, 추석 당일인 24일 전국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귀경길에 오르는 25~26일에는 필리핀에 있는 열대저압부가 점점 북상하면서 날씨가 나빠질 수 있어 최신 기상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아침 기온은 15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25도까지 오르면서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