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10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호화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고 이사장 등이 MBC 자회사 임직원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 이사장은 “골프비용 등 돈을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사장이 MBC 자회사인 iMBC로부터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지난해 10월22일 서울 근교 최고급 골프장 중 한 곳에서 김 전 실장을 비롯해 MBC의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 김삼천 이사장, 허연회 당시 iMBC 사장(현 부산MBC 사장)과 골프를 쳤다. 이 골프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예약을 해도 회원권이 없으면 주말 24만원 정도의 그린피에 캐디비용 12만원, 전동카트비용 8만원 등으로 1인당 30만원이 넘게 드는 곳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김 전 실장과 고 이사장의 골프 비용은 허 사장이 결제했다. 김 전 실장의 그린피는 iMBC 법인카드로, 고 이사장의 그린피는 현금으로 지불했다. 홍삼세트와 MBC 기념품 장난감도 선물했다. 고 이사장을 골프장에 데려가기 위해 iMBC 관용 차량과 기사를 동원하기도 했다. 당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한 달도 되지 않은 때였다.
허 사장은 노조에 각자 비용을 냈다고 해명했다가, 본인과 김 전 실장의 비용은 법인카드로 냈고 고 이사장은 빌려주는 개념으로 대납했다고 말을 바꿨다. 허 사장은 “업무 연관성에 따른 편의 제공 정도여서 괜찮을 줄 알았다”며 “고 이사장의 비용은 돌려받았고, 김 전 실장 비용도 며칠 뒤 김삼천 이사장을 통해 현금으로 받은 뒤 골프장에 가서 법인카드 결제분을 취소하고 현금으로 다시 정산했다”고 해명했다. 고 이사장은 골프와 선물, 차량 비용 등을 넉넉히 계산해 50만원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품을 받은 뒤 제공자에게 반환했더라도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보고하거나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고 이사장은 이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 사람이 골프를 친 지난해 10월22일은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였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씨가 대기업들로부터 각종 이권을 챙겼고, 이화여대가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나 있었다. 탄핵 사태의 ‘스모킹건’이 된 태블릿 PC 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씨와 정권 실세들간의 연결고리가 상당부분 드러나 거센 파문이 일던 시점에 MBC 관계자들이 김 전 실장과 만났던 것이다. 당시 MBC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유독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고 이사장은 예민한 시기에 골프 회동을 했다는 지적에 “태블릿 PC 보도가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고, MBC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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