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옛 여권 추천 김원배 이사가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MBC 사장 임면권을 쥔 방문진 이사회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40일 넘게 장기 파업을 이어온 MBC 사태를 해결할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방문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이사는 이날 오전 다른 구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이사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영주 이사장은 경향신문에 “갑자기 그런 메일을 받았는데, 자리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지만 본인뿐 아니라 사모님이 스트레스를 받아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19일 열릴 이사회부터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이날 방문진 등 외부로부터의 연락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원대 총장을 지낸 김 이사는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출신의 친박 핵심 인사로 2013년 보궐이사가 됐고 2015년부터 한 차례 연임 중이다. 김 이사는 최근 대전지검으로부터 교비 횡령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받고 있다. 파업 중인 MBC 노조도 김 이사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김 이사가 공식 사퇴서를 제출하면 방문진 사무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궐이사 선임을 요청할 계획이다. 방문진 이사 9명은 여권이 6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해 방통위가 임명한다. 지금의 이사회는 2015년 8월 구성돼 옛 여권 추천 이사가 6명이었다. 그 중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달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김 이사가 사퇴하면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이사 2명을 새로 추천할 수 있게 된다. 방문진 내 여야 구도가 현 여권 5 대 구 여권 4로 역전되는 것이다. 이사진 구도가 바뀌면 고 이사장 불신임, 김장겸 MBC 사장 해임 안건이 이사회에서 처리되고 MBC 사태의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의 버티기 때문에 차질을 빚어온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달 방문진에 MBC 경영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방문진은 거부했다. 그러자 방통위는 오는 25~26일 현장점검을 벌이겠다는 공문을 18일 방문진에 전달했다. 방통위는 2012년 이후 MBC 경영에 대한 방문진의 관리·감독과 각종 청원서, 방문진 내부감사 조치결과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방문진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달 안에 보궐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사퇴한 유 교수의 후임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도 다음주 초반쯤 보궐이사 선임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23일 보궐이사 선임 안건을 언제 올릴지 상임위원들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업 중인 KBS에서도 구 여권 추천으로 이사직에 선임됐던 김경민 한양대 교수가 지난 11일 물러났다. 다른 이사들에 대한 의혹도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애견카페와 도그쇼 뒷풀이 등에서 KBS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강규형 이사의 행태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강 이사가 법인카드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고 18일 공개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강 이사는 제보자인 애견동호인 ㄱ씨에게 200통 가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쓰레기’, ‘직업이 없으니 개 빗질이나 하지’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또 다른 제보자 부부에게도 전화로 “한 발자국만 더 하면 너 죽는다” 등의 폭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새노조는 강 이사를 협박과 명예훼손,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강 이사는 반박문을 통해 “제보자가 익명 뒤에 숨어서 본인이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공개하고 있다”며 “오히려 ㄱ씨로부터 ‘나이값 좀 하라’ 등 막말과 반말을 들었고 심지어 나를 나락에 떨어뜨리겠다는 투의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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