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교육부, 지진 발생지역 수험생들 형평성도 고려
ㆍ수능 문제지 85곳서 보관…경찰·교육청 합동경비
ㆍ학생·학부모 “당연한 결정” “혼란스럽지만 이해”
포항 일대를 강타한 지진 때문에 60만여명이 응시할 예정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마저 결국 일주일 연기됐다. 당초 지진이 일어난 15일 오후만 해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피해 예정대로 시험을 실시하려 했던 정부는 포항 주변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여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연기를 결정했다.
■ 12시간 앞두고 “시험 연기”
15일 오후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때까지 정부는 수능을 정해진 일정대로 치르게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진원지 주변지역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는 원점에서 수능 실시 여부를 재검토했다. 이날 강진으로 포항 지역의 수능 시험장 14곳 중 일부는 천장이 떨어지고 벽에 금이 가는 피해를 봤다. 포항고는 곳곳에 균열이 생겼고 포항여고는 교실 벽에 금이 갔으며 창문과 출입문도 떨어져나갔다.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비시험장을 마련해뒀으나 포항의 하나뿐인 예비시험장인 포항중앙고 건물에서도 균열이 확인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불안에 떨며 시험을 치르느니 수험생들 안전을 생각해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교육부가 세운 ‘수능 시 지진 대책’은 수험생들의 안전보다는 시험을 차질 없이 치르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안전보다 시험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은 포항 지역 피해상황을 파악한 뒤 수능을 연기하자고 교육부에 건의했다.
결국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오후 8시20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연기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여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진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며, 포항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고 이 지역 수험생들이 의도치 않게 불이익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어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대입 일정 줄줄이 미뤄질 듯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포항)에서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형평성 측면에서 판단해 시험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포항 지역에서 향후 일주일 동안 학교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이 확인된 학교를 중심으로 고사장을 다시 정할 방침이다. 현재 포항 지역 학교 10여곳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당국은 포항 지역 밖으로 시험장을 옮겨 수험생들을 재배치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학교의 내진율은 25% 수준이다.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향후 대입 일정도 줄줄이 늦춰지게 됐다. 올해 수능 성적은 다음달 6일 나올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날 곧바로 대학교육협의회와 논의를 시작했으며 16일 중 수능 연기에 따른 향후 대입 전형 일정을 재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16일 새벽 고사장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던 수능 문제지는 일주일간 85개 보관소에서 경찰과 교육청의 합동 경비 속에 보관된다. 교육부는 “시험지가 각 수험장으로 옮겨지기 전이기 때문에 보안 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은 연기됐지만, 시험장으로 지정된 서울 지역 학교들은 16일 하루 그대로 휴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휴업 대신에 오전 10시 등교 예정이던 학교들에는 “그대로 오전 10시에 등교한다”고 전달했다. 시험장이 아닌 학교들은 1·2학년이 재량 휴업이었으면 전체가 휴업을 하기로 했다.
■ 수험생들 ‘혼란과 안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연기에 당혹해하면서도, 안전을 위해 시험을 연기한 것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지진을 겪은 경주의 수험생 이모군(18)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공포감과 불안감을 생각하면 포항과 근처 지역 학생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학부모 김모씨(52)도 “다소 당혹스럽긴 하지만 연기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모두 다 같이 연기되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 조절과 컨디션 관리 때문에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학부모 고모씨는 “긴장하고 많이 떨고 있었는데 일주일 미뤄져서 속상하다”고 했고, 인천의 수험생 박지영양(18)은 “며칠 전부터 식단을 관리하고 공부한 것을 정리했는데, 수능을 미루는 게 이해는 되지만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래 시험 일정이 바뀐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그해 시험이 미뤄졌고,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문에 역시 일주일 수능이 연기됐다. 하지만 연초에 이미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연기는 아니었다. 자연재해 때문에 시험 직전에 날짜가 바뀐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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