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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기

[‘고교학점제’ 2022년 전면 도입]교육부 “학생 선택권 보장” 교원단체 “입시 위주로 더 파행”

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2년부터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참여형 수업을 늘리면서 수준별, 희망진로별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학사제도와 졸업요건, 내신평가와 대입전형, 수업방식과 학교시설 운영 등 교육제도와 인프라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교육혁명’이 일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수업이 왜곡되고 학교별 편차가 커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 내년 100개교, 2022년 전면 실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서고등학교를 찾아 내년부터 정책연구학교와 선도학교로 지정된 전국 일반계·직업계 고교 100곳에서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하고 2022년부터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하면서 우수학교로 꼽혀온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서고등학교 학생들이 27일 교사와 수업을 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서고를 방문, 고교학점제를 내년에 10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하고 2022년부터 전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하면서 우수학교로 꼽혀온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서고등학교 학생들이 27일 교사와 수업을 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서고를 방문, 고교학점제를 내년에 10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하고 2022년부터 전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직접 수강신청을 하면서 배울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사회·교양·예체능 등 ‘영역별 선택’이 필요한 과목군에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고, 수학처럼 수준별 차이가 큰 과목에는 난이도와 학습량 등에 따라 단계별 수업들이 생긴다. 필수과목은 모든 학생들이 수강하지만 선택과목은 학년 구분 없이 자유롭게 골라 듣는다. 과목별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판단하는 성취평가제, 수업과 연계한 과정중심·교사별 평가가 도입된다. 성취기준을 채우면 학점을 얻고, 정해진 학점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전국 일반계·직업계고 각각 30곳씩을 정책연구학교로 정하고, 교육과정 다양화 경험이 있는 일반고 40곳을 선도학교로 지정해 내년부터 3년간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한다. 2019년에 2차로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늘릴 계획이다. 선정되지 않은 학교들도 시·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공동 교육과정에서는 내년부터 석차등급을 없애면서 고교학점제를 준비하게 된다. 종합추진계획을 2020년까지 만들어 2022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 ‘고교 교육 대전환’ vs ‘우려’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고교 교육 전체가 도미노처럼 변할 수밖에 없다. 고교 강의는 다양해진다.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듣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 선택과목인 ‘실용 영어’ ‘영어권 문화’ ‘진로 영어’ ‘영미 문학 읽기’ 중 하나를 선택해 배우는 식이다. 과목별로 학생 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가 필수적이다. 교육부는 수업과정을 평가하는 과정중심 평가, 교사별 평가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내신 성적을 내는 방식이 바뀌면 대입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 학교생활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졸업 기준도 ‘학점 기준’으로 바뀐다. 


현장에서는 교원이나 시설 같은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학입시는 시험제도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 전반과 관련된 문제다. 오히려 교육과정이 입시 위주로 더욱 파행 운영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현재 고등학교들이 가르치는 교과목이 대체로 비슷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돼 있는데 이를 먼저 바꿔야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대입 중심의 교육체제에서 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과목만 택해 학습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며 도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일단 연구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사들의 수업과 평가 부담이 너무 늘어나지 않도록 교원 수요를 분석하고, 단계적인 충원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다. 잡무를 줄여주기 위해 행정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여러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학교 시설들을 확충하고, 교육청이나 지역 공공기관 등 학교 밖 유휴공간도 고교 수업시설로 확보하기로 했다. 

지역별 불균형도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학생 수가 적어 선택과목을 늘리기 힘든 농산어촌 학교들에는 순회교사제를 도입하거나 온라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김 부총리는 “충분히 준비하고 검토해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