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 사장 후보 세 사람이 굳게 닫힌 비공개 이사회장이 아니라 시민들로 가득 찬 공개홀에 섰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의 후임자를 뽑기 위해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최종후보자 3명의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비공개 이사회에서 결정되던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이 사상 처음으로 시민과 구성원들에게 완전히 공개됐다.
변창립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정책설명회에는 미리 방청신청을 한 시민과 MBC 직원 등 160여명이 참석해 현장에서 후보자들의 설명을 직접 들었다. 설명회장에 입장하지 못한 일부 MBC 직원들은 로비에 설치된 대형 화면으로 설명회를 지켜봤다. 맨 앞자리에 앉은 방문진 여권 측 이사들은 후보자들의 주요 정책을 메모하며 설명회를 경청했다. 야권 측 이사 4인은 전날 1차 심사에 불참한 데 이어 이날도 모두 불참했다.
전날 최종후보자로 결정된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모두 “무너진 MBC를 재건해 신뢰받는 방송으로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각각 20분씩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해고자 즉각 복직과 부당징계·전보 철회,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블랙리스트, 보도지침, 직원 사찰 등 과거 MBC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밝혔다. MBC에서 부당징계·해고나 왜곡보도에 가담한 직원들은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보도·제작·편성분야 책임자를 임명할 때는 구성원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겠다는 것도 세 후보자가 공통으로 약속한 사항이다. 회사 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지역사·자회사·외주제작사와 상생할 방안도 찾겠다고 밝혔다.
MBC 보도와 시사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세 후보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이 전 실장은 “세대별 맞춤 버전의 <뉴스데스크>를 만들고 MCN플랫폼 진출, 인공지능·딥러닝 활용 실험 등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위원은 “팩트체킹 기능을 강화하고 오보에 철저한 책임을 물을 에정이며 콘텐츠총괄본부를 신설해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최 PD는 “탐사보도라는 MBC의 전통적 강점을 살려나가고 일선 제작자들에게 휴식과 실패의 기회, 다양한 실험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설명회는 MBC 홈페이지에서도 생중계됐다. 후보자들의 정책설명 영상과 프리젠테이션 자료도 모두 공개됐다. 생중계를 본 시민들은 “시청자와 접점을 찾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달라”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든 내부자들을 어떻게 처벌할지 비전이 궁금하다”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MBC 로비에 설치된 질문 게시판에는 MBC 구성원들이 남긴 프리랜서 처우 개선, 중규직 철폐 등 요구사항이 빗발쳤다. 시민과 구성원들의 의견은 오는 7일 방문진에서 열리는 사장 후보 최종면접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은 “그간 방문진은 권부에서 찍어내린 하수인을 사장으로 선택하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시청자 의견과 여론을 적극 수렴해 MBC가 자율적·창의적으로 제작과 취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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