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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MBC 사장, ‘낙하산 악순환’ 끝났다···이우호, 임흥식, 최승호 후보에 “누가 돼도 적합”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

실세 본부장, 지역 방송사 사장, 2인자 부사장 같은 ‘권력의 핵심’이 채우던 자리에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해고되거나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섰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최종 후보로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60), 임흥식 전 논설위원(60), 최승호 뉴스타파 PD(56) 3명을 확정했다. 2010년 이후 반복돼온 ‘낙하산 사장’의 악순환이 끊어진 것이라고 MBC 구성원들은 환영했다.

임흥식 전 논설위원

임흥식 전 논설위원

방문진은 이날 사장후보 13명 중 자진사퇴한 1명을 뺀 12명의 경영계획서를 심사하고 표결에 부쳐 세 사람을 최종 후보로 정했다. 야권 측 이사 4명은 불참했고, 여권 측 이사 5명이 참석해 1명당 3표씩인 투표권을 행사했다. 

세 후보 모두 2010년 이후 회사로부터 철저히 불이익을 당해온 사람들이다. 이 전 논설실장은 2012년 파업 때 보직을 던지고 동참했다가 MBC 아카데미에서 ‘브런치 교육’을 받았다. 이후에도 수원총국과 미래방송연구소 등을 떠돌다 2015년 정년퇴임했다. 임 전 논설위원도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 성명에 참여했다가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 2012년 파업 때 보직을 내려놓고 참여했고, 2015년 정년퇴임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

최승호 뉴스타파 PD

2012년 파업 도중 해고당한 최 PD는 고등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하지 못한 채 뉴스타파에서 <자백> <공범자들> 등 국가정보원과 공영방송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내부에서는 “누가 되든 이견이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MBC 기자는 “후보마다 예상되는 개혁 수준의 온도차는 있지만 누가 사장이 되든 적폐청산과 화합이라는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 밀실 선임 논란은 사라졌다. 최근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이 지난 2월 선임될 때에는 사장 공모도 하기 전에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그가 사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실제로 김 전 사장은 옛 여권 측 이사들의 몰표로 1차 투표에서 사장이 됐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들은 후보자들이 경영계획서를 성실하고 꼼꼼하게 제출했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부터 방문진 이사를 지내며 사장 선임 과정을 지켜봐온 최강욱 이사는 “전에는 ‘칸 채우기’에 급급한 형식적인 지원서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지원서만 봐도 후보자들이 공영방송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기철 이사는 “한 명만 뽑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지원 과정에서도 정치권력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한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자 3명은 1일 오전 11시에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리는 정책설명회를 통해 경영 계획을 밝힌다. 정책설명회는 MBC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된다. 7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후보자 최종면접을 한 뒤 내정자가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