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MBC 사장 등 전현직 MBC 경영진들이 고용노동부의 MBC 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착수 전후에 업무용 스마트폰을 하드디스크 파쇄기에 넣어 분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는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라며 김 전 사장 등을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8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사장을 비롯해 백종문 전 부사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등이 지난 6~8월 휴대전화를 하드디스크 파쇄기에 넣어 갈아 없애버렸다며 관련 증언과 동영상 등을 공개했다.
노조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사용하고 있던 갤럭시S8을 지난 8월14일 파쇄하고 아이폰7플러스로 기종을 변경했다. 회사 기록을 보면 김 전 사장이 갤럭시S8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19일이다. 두 달밖에 쓰지 않은 업무용 스마트폰을 없애버린 셈이다. 김연국 위원장은 “김 전 사장은 노후 하드디스크 등을 파쇄하는 기계를 이용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분쇄하라고 지시했고, 담당자가 이유를 묻자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니 따르라’며 밀어붙였다고 한다”며 “김 전 사장의 비서가 끝까지 이를 지켜보고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오정환 보도본부장도 사용하고 있던 갤럭시S8을 파쇄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0월13일 중고 아이폰6로 기기를 변경했다.
일주일 뒤인 8월22일 백 전 부사장도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갤럭시 S8을 같은 방식으로 파쇄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백 전 부사장은 두달 전인 6월5일에도 갤럭시 S8을 파쇄한 뒤 같은 기종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6월5일 백 전 부사장의 스마트폰이 파쇄되는 장면이라는 동영상 1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 속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분쇄기에 넣어 가루처럼 갈아버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8월 중순에서 말까지 최기화 기획본부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김성근 방송인프라본부장, 윤동열 미디어사업본부장 등도 집중적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모두 사용한 지 3~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최신기종이었다.
MBC 주요 임원들이 휴대전화를 집중적으로 분쇄·교체한 8월 말은 고용노동부가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현장조사를 끝낸 뒤 주요 피의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한 시기다. 백 전 부사장과 최 기획본부장은 8월17일, 안광한 전 사장은 8월24일 각각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사장도 9월1일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9월5일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노조는 “김 전 사장 등이 피의자 소환을 앞두고 증거인멸을 위해 집단으로 휴대전화를 없애버린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고 구속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측에 휴대전화 분쇄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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