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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유배자'들 돌아온 MBC, '우리말 나들이'의 특별한 스무돌 생일잔치

MBC <우리말 나들이> 탄생 20주년을 맞아 아나운서들이 한데 모였다. 지난 8월 그간 겪어온 부당 전보·방송 출연 배제 사례를 폭로하며 눈물 흘렸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MBC 아나운서들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M라운지에서 ‘<우리말 나들이> 스무돌’ 행사를 개최했다. <우리말 나들이>는 사내방송으로 시작해 지난 1997년 12월8일 첫 전파를 탔으며 현재까지 4600여회 방송됐다. 강재형 신임 아나운서국장이 최초 기획·제작자다. 

<우리말 나들이> 20주년 케이크를 자르는 박연경 아나운서, 최승호 사장,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강재형 아나운서국장(왼쪽부터). 노도현 기자
<우리말 나들이> 20주년 케이크를 자르는 박연경 아나운서, 최승호 사장,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강재형 아나운서국장(왼쪽부터). 노도현 기자


행사장은 ‘사랑방’ 분위기가 났다. 아나운서와 내부 관계자, 초대 손님들은 환한 얼굴로 안부를 물었다. 이야기 주제는 대부분 신임 사장이 들어선 ‘새로운 MBC’였다. 진행을 맡은 김나진 아나운서는 “(이번 행사는) 아나운서들이 우리말에 대한 책무와 자부심을 느끼는 자리다. 책임은 항상 무겁지만 오늘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자”며 시작을 알렸다. 강재형 신임 아나운서 국장을 비롯한 역대 제작진과 최승호 사장, 변창립 부사장,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윤인구 KBS아나운서협회장, 염용석 한국아나운서협회장 등이 자리를 빛냈다. 

20주년을 축하하는 케이크 커팅식 후 아나운서들이 직접 만든 ‘명장면’ 영상이 공개됐다. 첫번째 영상은 구은영, 김상호, 류수민, 박경추, 박나림, 전종환, 차미연, 최율미, 한준호, 허일후 등 전현직 MBC 아나운서들이 <우리말 나들이>에 출연한 모습을 담았다. ‘추억여행’이라고 소개한 두번째 영상에는 2012년 파업 이후 회사를 떠난 김경화, 김소영, 김정근, 나경은, 문지애, 박소현, 박혜진, 방현주, 서현진, 오상진, 최윤영, 최현정 아나운서가 나왔다. 막바지엔 세상을 떠난 김태희, 송인득, 정은임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웃음바다였던 행사장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축사에 나선 최승호 사장은 “여의도 시절 강재형 아나운서가 엘리베이터에 (우리말 자료를) 붙여놓은 걸 볼 때마다 외워야지 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며 지내던 것이 생각난다. 2012년 (회사에서) 잘리고 난 뒤부터는 그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며 웃었다. 최 사장은 “암흑의 시절에는 우리말을 연달하는 최고의 아나운서들이 쫓겨나 있어서 <우리말 나들이>도 좀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시기가 딱 맞아서 20주년에 다시 같이 도약하는 계기를 맞았다”고 했다. 

송철의 원장은 “그동안 우리말을 지키려는 여러분의 노고가 있었기에 변화가 많은 방송환경 속에서도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끊임없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날이 많이 춥다. 그러나 우리말을 위한 국어원과 여러분들의 열정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공연에 나선 가수 하림씨. 노도현 기자

축하공연에 나선 가수 하림씨. 노도현 기자

이날 가수 하림씨가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데뷔해서 20년 정도 음악을 하다보니 일상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 고민한다. 음악만큼 굉장히 오래된 ‘말’도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늘상 내뱉는 거지만 아나운서들이 어디서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줬다. 앞으로도 응원한다”고 했다.

행사 끝무렵 김나진 아나운서가 “<우리말 나들이>의 조상, 장인, 형, 선배이자 아나운서국을 이끌어갈 국장님”이라며 강재형 국장을 소개했다. 강 국장은 그동안 <우리말 나들이>와 함께한 작가, 코디네이터, 촬영·음악감독 등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국장으로 돌아오기 전 편성국 MD를 했는데, 시간상 뒤에 남은 꼭지(순서)를 ‘커트’하겠다”며 “30주년에는 후배들이 오늘 같은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14일에는 <우리말 나들이> 20주년 특집 팟캐스트가 공개된다. 강재형 국장, 김상호·박경추·박연경 아나운서, 박연희 작가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