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MBC뉴스 자체를 보기 싫었다. 뉴스가 보고싶으면 다른 방송사 뉴스를 봤다. (MBC뉴스가) 너무나 싫은 뉴스가 돼버렸다는 게 가장 괴로웠다.”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의 새 앵커로 돌아온 박경추 아나운서가 21일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여러분들께 최근 몇년동안 전해드린 뉴스는 진정한 MBC뉴스가 아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가슴에 담고있던 아픔이 분명 좋은 뉴스로 나타날 거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MBC는 이날 서울 상암동 MBC사옥 M라운지에서 ‘뉴스데스크·뉴스투데이 앵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오는 26일부터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은 박성호 기자·손정은 아나운서(평일)와 김수진 기자(주말), <뉴스투데이> 박경추·임현주 아나운서가 참석했다.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이 첫 출근한 지난 8일부터 뉴스 프로그램을 임시 체제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보도를 반성하는 의미로 <뉴스데스크> 간판을 내리고 <MBC뉴스>로 방송한다.
박성호·손정은 앵커는 2012년 파업 전 <뉴스투데이>를 함께 진행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박 앵커는 “MBC뉴스 안 봐도 볼 거 많다, 다른 뉴스 보면 된다는 반응이 가장 안타까웠다. 파업 과정에서 어떤 뉴스를 하고 싶다는 생산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민 여러분께서 응원하고 지지해주셨기 때문에 그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가장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앵커는 “시청자들이 MBC뉴스가 우리 목소리를 알고 있구나, 듣고 있구나, 응답하고 있구나 생각하실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진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단독으로 진행한다. 김주하 전 앵커에 이어 두번째 여성 단독 앵커다. 평일에는 국회를 출입하는 취재기자로, 주말에는 앵커로 일한다. 그는 “MBC뉴스에 대한 신뢰가 너무 많이 무너져있어서 정말 부담된다. 타사 뉴스가 저희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을 취재현장에 나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임현주 앵커는 “2년 전에도 아침뉴스를 진행했다. 너무나 하고싶던 프로그램 앵커를 맡게 됐는데도 어떤 자부심도 느낄 수 없었고 뉴스 전달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이번이 또 한 번의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앵커들은 당장 뉴스 포맷에 큰 변화는 없지만 달라진 뉴스 리포트 내용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26일 새로운 <뉴스데스크>에는 과거 보도를 돌아보는 리포트가 예정됐다. 박성호 앵커는 “5년 이상 보도 일손을 놨던 사람들이 파업하다 올라와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변한다는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경추 앵커는 “예전만큼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건 순간에는 안 되는 것 같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과정과 시간 필요하다고”고 했다.
MBC는 ‘정상화’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최 사장은 파업에 참여했다 ‘유배’당한 한정우 기자와 강재형 아나운서를 각각 보도국장과 아나운서국장에 임명하는 등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재 보도국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취재시스템을 재정비하고자 특파원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조직 뿐 아니라 방송도 변하고 있다. <PD수첩>과 <MBC 스페셜>은 지난 7년 MBC ‘몰락사’를 다뤘다. 뉴스는 노동자의 고공농성, 타 방송사 파업, 독립제작사에 대한 방송사 갑질을 보도했다.
정우성, KBS 파업 지지 영상메시지 보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배우 정우성씨가 KBS새노조에 보낸 영상 메시지 갈무리
배우 정우성씨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109일째 파업 중인 KBS 노조에 응원 영상을 보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는 21일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씨가 보낸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정씨가 직접 휴대폰을 들고 2분40초 가량 촬영했다.
정씨는 “어제 뉴스 출연을 위해 KBS 신관에 들어섰는데 황량한 분위기가 굉장히 무겁게 다가왔다. 파업을 전해 듣는 것과 눈으로 목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참 많은 실수를 했다. 그로 인해 시청자들은 상처받고 외면당하고 또 그 결과 시청자들이 KBS를 외면하고 이제는 무시하는 처지까지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돌아선 시청자들의 눈과 귀,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분이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인내와 끈기를 갖고 이어간다면 차디찬 겨울 공기를 뚫고 전국에 있는 시청자와 국민들의 마음에 전달되어 그들의 눈과 귀가 여러분들에게도 KBS에게도 돌아오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이 파업 109일째, 월급 없는 3개월. 여러분 참... 쉽지 않겠다”라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서 힘과 의식을 모아 월급을 포기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것은 정말 멋지고 응원받아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치지 말라.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찾기를 바라는 시청자와 국민들이 여러분들 곁에서 응원할 것”이라며 영상을 끝맺었다.
앞서 정씨는 K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KBS 정상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씨는 20일 오후 4시 KBS <뉴스집중>에 출연해 한상권 앵커로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분들, 정우성씨라면 이 사회에 큰 빛을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래 관심 갖고 있는 사안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씨는 잠시 머뭇하더니 “KBS 정상화”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1등 국민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을 빨리 되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혜정 앵커는 “네. 노력하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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