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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외주제작사에 갑질한 방송사, 재허가 때 불이익 받는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4일, EBS 다큐멘터리 촬영차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던 박환성·김광일 PD가 촬영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독립PD는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한 채 하루종일 촬영을 한 뒤 늦은 시간에 스스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두 사람은 상해보험이나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MBC <리얼스토리 눈> 담당 CP가 외주제작사 독립PD들에게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발언과 욕설을 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불공정한 독립PD와 방송사 사이의 관계가 낳은 문제다. 뿌리깊은 갑을관계 때문에 방송사 관계자들이 외주제작진들에게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제작비가 부족해 외주제작사가 살인적인 촬영일정이나 밤샘 편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외주제작사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정부가 늦게나마 방송사들의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는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 인력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인권보호를 하지 않을 경우 재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외주제작비 지급이 합리적인지도 재허가 심사에 반영된다. 외주제작사 인력의 과도한 노동시간도 줄이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부처는 19일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환성·김광일 PD 사망 후 문재인 대통령이 실효성 있는 외주제작 공정거래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데 따라 실태점검을 거쳐 만들어진 조치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방송사들이 외주 인력의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방통위는 외주제작 인력의 상해·여행자보험 가입 확인여부를 방송평가 항목에 신설하고 안전대책 수립여부를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방송사 및 외주제작 관련 협회 등이 인권선언문을 제정하도록 하고, 이를 준수했는지 여부도 방송사 재허가 때 살펴보기로 했다. 방송사별 자체제작 단가 제출을 재허가 조거능로 부과해 방송사 자체제작 프로그램 제작비와 외주 프로그램 제작비 간 격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외주제작사를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해 최저임금·임금체불·장시간근로 등 취약사항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연장근로 한도(주 12시간)가 적용되지 않는 방송업 등 특례업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저작권 등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외주제작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방송사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작시간 계획표, 저작권 귀속, 제작비 산정 및 지급방식 등을 포함한 규약을 작성하도록 하고 외주제작사와 계약시 준수하도록 한다. 방송사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합리한 협찬 배분, 저작권 양도 강요, 계약서 작성 거부 등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계약서 미작성, 구두계약 및 인권침해 문제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콘텐츠 공정상생센터도 설치한다.

방송사·작가 간 원고료, 저작권 귀속 등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화하기 위해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를 제정하고, 방송분야 표준 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하는 등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할 경우 방송진흥기금 융자금리를 낮춰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는 앞으로 이번 대책 이행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해 외주제작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