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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김영주 장관, 박원순 시장이 칭찬한 '성북구 아파트'

최저임금이 올라도 사람을 줄이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1253세대가 사는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다. 5일 성북구청에서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배 구청장 등이 참석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설명회’가 열렸다.

경비원은 최저임금이 오를 때 맨 먼저 해고 위협을 받는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정부는 아파트 입주민 부담을 덜기 위해 임금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 설명하고 ‘해고 없는 아파트’로 꼽힌 동아에코빌을 소개했다.

김영주 노동부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열린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일자리안정지금 설명회’에서 모범사례 발표를 마친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김서현 경비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박원순 서울시장. 정지윤기자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걸 빌미로 경비원을 해고하는 아파트, 청소원을 ‘알바’로 바꾸는 대학들이 있지만 동아에코빌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상생의 역사’를 이어왔다. 2014년 말 주민들은 난방 시스템을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바꾸고 지하주차장 조명도 LED로 바꿨다. 그 덕에 관리비가 3년간 약 12억원 줄었다. 그 기간에도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경비원 17명 모두 자리를 지켰다. 줄인 비용으로는 경비실에 에어컨을 다는 등 경비원들 처우를 개선하는 데에도 썼다. 이 아파트는 용역·위탁계약서에 ‘갑(甲)과 을(乙)’이 아니라 ‘동(同)과 행(幸)’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이 아파트도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대표자회의는 퇴직적립금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 고용형태를 용역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돌아오는 해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달았다. 업체와 계약할 때 ‘경비원에 약속한 급여를 그대로 지불할 것’, ‘전원 고용승계할 것’, ‘해고나 전출시 아파트의 허락을 받을 것’ 등을 조건으로 달아 경비원들의 일자리를 지켰다.

주민들은 “단순히 관리비를 아껴 경비원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곳의 경비원 숫자는 2002년부터 줄곧 17명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일하는 경비원들의 평균 연령은 67세가 넘고, 가장 고령인 사람은 올해 80세다. 서성학 관리사무소장은 “주민들은 경비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도록 고용을 안정시켜 드리고, 관리사무소에서는 관리비를 줄일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는 등 서로 믿고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이렇게 함께 행복하자는 동행의 마음이 더해진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에만 경비노동자 분들이 2만4000명 정도 계신다”라며 “이분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생하는 주거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