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8 김상범 기자
코레일(철도공사) 노사가 철도 민영화와 공기업 구조조정 등에 저항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을 전원 복직시키는 데 합의했다. 길게는 15년동안 해고자로 고통받아온 98명이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8일 오후 코레일과 전국철도노조는 대전 본사에서 노사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철도 정책의 한계로 야기된 파업 등으로 인해 발생한 해고자에 대해 조속한 복직조치를 시행하고,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이 8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해고자 98명의 복직 합의문을 들고 악수하고 있다.|철도노조 제공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은 “해직자 문제는 노사관계와 철도발전에 단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속히 해결하고 대화와 소통, 상호 신뢰를 기본으로 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자 요구’라고도 했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복직 합의가 15년 해고의 세월을 모두 보상해 줄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아픔을 치유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면서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오늘의 복직 합의로 증명했다”라고 밝혔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해고 상태였던 노동자들은 모두 조만간 직장으로 돌아간다. 철도노조는 역대 정부의 철도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정책 등에 반대하며 몇 차례 파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 수백명이 징계나 해임, 파면을 당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하는 데에 반대하다 40명이 해고됐다. 2007년~2008년 외주화 구조조정에 반대한 4명이 해고 처분을 받았다. 2009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밀어붙이자 다시 파업이 벌어졌고 가장 많은 44명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는 수도권고속철도(SR) 분리와 민영화에 반발해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등 10명이 해고됐다. 이들 중 98명이 지금까지 복직하지 못했다.
해고자들은 오랜 기간 생계난은 물론 우울증과 가정 붕괴같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1년에는 해고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들을 일터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코레일 사장이 결정되면 노사합의를 통해 복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영식 사장은 지난 6일 취임 첫 행보로 본사 앞 해고자 농성장을 찾아 “빠른 시일 내 복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틀만에 합의를 이뤘다.
강철 위원장은 “그동안 철도 민영화 등 잘못된 정부정책에 맞서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고자 했던 조합원들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라며 “고통스런 해고의 나날들을 옆에서 함께 지켜준 해고자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복직 합의가 공공부문 전반의 해고자 문제를 푸는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약 330여명이 해고 상태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직된 공무원이 136명, 법외노조 탄압에 반대하다 해임된 교사가 60여명이다. 철도노조 외에 발전노조와 지하철노조 등에서도 기간산업 민영화나 성과연봉제 추진 등에 반대하다 해고된 이들이 있다.
2006년 불법파견에 반대하다 직장을 잃은 KTX 승무원 33명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코레일이 KTX 승무서비스 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으로 계약하도록 하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하다 해고했다. 2015년 대법원이 이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하급심을 뒤집으면서 해고자들은 수억원을 사측에 되돌려줘야 할 처지였지만 환수금 문제는 최근 종교계의 중재로 해결됐다. 코
레일 노사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열어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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