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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김일성 가면’ 논란, 확인 없는 받아쓰기가 더 문제”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예선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이 가면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예선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이 가면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김일성 가면’ 논란을 두고 “더 큰 문제는 해당 기사를 받아 쓴 언론사들”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2일 논평을 내고 “북한 응원단이 쓴 가면의 인물이 누군지에 대해 말하려면 그것을 확인해줄 수 있는 인물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거는 것이 최소한의 절차”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0일 CBS노컷뉴스 사진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첫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쓴 가면을 ‘김일성 가면’이라고 보도했다. 11일 오후 통일부가 북측에 문의한 결과 보도가 잘못됐음이 드러났고, 해당 언론사도 기사를 삭제했다. 이미 수많은 매체가 ‘김일성 가면’ 기사를 쏟아낸 뒤였다.

언론노조는 “사실보도를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기자가 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주관을 개입시켜 판단했다는 점에서 노컷뉴스의 해당 기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 역시 사람이라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보 이후의 사후처리가 중요한 것이다. CBS는 깨끗하게 오보를 인정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보이며 커다란 실수’(변상욱 CBS 대기자)라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언론들은 CBS 보도로 인터넷의 포털과 커뮤니티가 들끓기 시작하자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오보를 그대로 받아 썼다. 나중에 CBS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받아 쓴 언론사들은 아무런 인정이나 사과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같은 사안에 대해 100명의 기자가 기사를 쓴다면 100번의 사실 확인이 있어야 하며, 사실 확인의 책임은 나누어 질 수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기레기’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한국 언론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CBS가 오보를 인정한 후에도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가면을 놓고 김일성 모습을 상징한 것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식의 정치적 선동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신뢰가 무너진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보도 경쟁에서 한국 언론이 이번만큼은 언론다운 언론으로 바로 서길 기대해 본다”고 했다.

[알아보니]북한 응원단 ‘김일성 가면’ 논란···시작부터 사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