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영방송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KBS 사장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출하는 정책발표회가 오는 24일 열린다. 시민들은 이날 하루종일 사장 후보자 3명의 정책발표를 듣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방식의 숙의과정을 거친 뒤 평가를 내리며, 이 결과가 사장 선출에 40% 반영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2일 KBS 이사회에 따르면 사무국은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공개 정책설명회를 앞두고 사장 후보자 선출에 참여할 150명 규모의 시민자문단을 모집하고 있다. 모집을 맡은 한국리서치는 성별과 나이, 거주지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고려해 자문단을 뽑는다. 선정된 이들은 정책발표회에서 후보자들의 발표와 토론을 듣고 숙의를 거쳐 후보자들을 평가한다. 평가 항목은 공영방송 철학 및 비전, KBS 정상화 방안, KBS 미래 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방안의 4가지다. 정책발표회에 나설 후보는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3명이다.
숙의는 신고리 공론화위에 참여했던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진행한다. 자문단의 평가 결과는 정책발표가 끝난 즉시 밀봉되며 최종면접이 열리는 26일 이사들이 개봉한다. 시민자문단 평가결과 40%, 이사회 평가결과 60%를 반영해 사장 후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데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MBC가 새 사장을 뽑으면서 공개 정책설명회를 열기는 했지만, 시민들은 방청에 참여해 의견을 냈을 뿐 신임 사장을 뽑은 것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였다. 하지만 KBS에서는 시민자문단 평가결과가 적지 않은 비중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민들이 선임에 참여하면 정권이 공영방송에 개입할 여지는 줄어든다. KBS와 MBC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난 정권 내내 ‘낙하산 사장’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방송법을 고쳐 이사회에서 여당 입김을 막을 장치를 만들거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들이 이사·사장 선임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MBC에서 해직됐다가 지난해 복직한 이용마 기자는 ‘국민대리인단에서 사장을 뽑게 하자’고 제안했다. 독일에선 지역·종교계 대표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평의회를 두고 공영방송 사장을 뽑을 때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다만 공영방송 상황을 깊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민자문단이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고리원전 공론화위는 한 달 동안 숙의과정을 거쳤지만 KBS의 경우 하루 안에 의견을 모아야 해서 ‘숙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에서는 이사회가 뽑은 후보자 중 일부가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S 27기 기자들은 22일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 방송장악 시기 무도한 정권에 맞서지 않은 인물은 KBS 사장 자격이 없다”며 “참담한 심정으로 KBS 보도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선 기자들의 열망을 짓밟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는 정책발표회 하루 전까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시민자문단에 전달할 계획이다.
KBS 이사회는 자문단 숙의와 최종면접을 거친 뒤 26일 사장 후보자를 최종 확정한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다. 새 사장 임기는 지난달 해임된 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23일까지다.
KBS 사장 최종 후보에 양승동·이상요·이정옥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사상 최장기간의 파업이 끝난 뒤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KBS의 신임 사장 최종 후보에 전현직 PD·기자 3명이 올랐다. KBS 이사회는 20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지원자 13명 가운데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학교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BS 스페셜>, <추적 60분> 등을 연출한 양 PD는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KBS 새노조의 전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지냈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반대투쟁 등에 앞장서다가 2009년 파면 처분을 받았고, 이후 재심을 거쳐 정직으로 징계 수위가 조정됐다.
KBS PD 출신인 이 교수는 <인물현대사> 등의 프로그램을 맡아 함석헌 신부, 전태일 같은 민감한 소재를 다루다가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보직을 빼앗기고 비제작부서를 전전하다 퇴직했다.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이 전 센터장은 KBS 기자 출신이다. 국제부에서 오래 일하며 이라크 전쟁과 터키 지진, 코소보 내전, 예멘 피랍 사건 등 굵직한 현장을 누볐다.
KBS 이사회는 오는 24일 후보자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를 개최하고 26일 최종면접 뒤 표결을 통해 차기 사장 후보자를 확정한다. 정책발표회는 KBS 홈페이지와 my-K 애플리케이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KBS 사장은 이사회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11월2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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