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하고 돈 벌기

‘올림픽 붐’ 일으킨다던 평창 빙등축제...건설노동자 “11억원 체불” 증언 나선다

2016년 1월 진행된 평창-하얼빈 빙설대세계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6년 1월 진행된 평창-하얼빈 빙설대세계 | 경향신문 자료사진

2년 전 강원도개발공사는 “올림픽 붐을 조성하겠다”며 대형 얼음조각을 전시하는 빙등 축제를 주관했다. 이 축제를 위해 일했던 건설노동자 60여명이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지금까지도 중장비 임차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곧 평창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 앞에서 증언을 할 계획이다.

강원건설노동조합은 “2016년 1월 열렸던 평창·하얼빈 빙설대세계축제 이후 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체불임차료가 11억원에 달한다”면서 19일 오후 2시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평창·하얼빈 빙설대세계축제는 2015년 말부터 준비해 2016년 1월 개막됐다. 애초 2015년 12월 개막하려 했으나 당시에는 날씨가 따뜻해 얼음조각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강원도발개발공사에 따르면 이 축제는 ‘트루이스트’라는 시행사가 강원도개발공사 측에 제안하고 직접 주최했다. 세계 3대 겨울축제인 하얼빈의 빙설대축제를 평창에서 진행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얼빈 빙설대축제는 빙등축제로도 불린다. 중국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수원화성, 천안문, 타지마할 등 250여개의 눈과 얼음 구조물에 빛을 비춰 얼음조형물을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축제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이 축제를 위해 트루이스트와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강원도개발공사와 한국관광공사 등은 공동주관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평창 하얼빈 빙설대세계 점등식

평창 하얼빈 빙설대세계 점등식

그러나 하얼빈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빙등제는 평창으로 와 흥팽에 참패하고 말았다. 관람객 수가 턱없이 부족했고, 음식점들은 축제 도중에 영업을 접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일어났다. 강원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얼음조각 전시 공사에 동원됐던 굴착기와 지게차 등 중장비 임차료가 11억원 가량 밀린 채 2년이 흘렀다. 당시 따뜻한 날씨 때문에 야간 보수작업까지 이어진 것도 체불금액 커진 이유 중 하나였다. 

체불 문제가 불거지자 강원도개발공사는 “우리는 축제를 주최한 당사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년 전 현장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는 “축제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강원도개발공사가 부지 내 소나무와 편의시설을 다 직접 옮겼고 그 모습을 보면서 당시에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주최하는 줄로만 알았다”면서 “일손과 장비가 부족하고 일정이 급박해 계약서 생각할 할 겨를도 없이 ‘누구 누구 불러서 빨리 들어와’ 하며 일손을 채우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신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2015년 6월 트루이스트와 MOU를 체결하면서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를 단순히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만들어 가겠다”고까지 공언했다. 이런 뉴스를 접한 노동자들은 축제 주최자를 강원도개발공사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당시 빙설대 축제 개막식에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심재국 평창군수, 유인환 평창군의회의장, 전순표 강원도민회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강원건설노동조합 측은 “축제 중간에 중국 노동자들이 조각에 쓰는 장비를 들고 한번 들고 일어난 적이 있을 정도로 체불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시행사인 트루이스트와 시공사 시큐팜 등은 임금체불 문제가 국제적이 이슈로 불거질 것을 우려해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70%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에 따르면 한국인 노동자들의 중장비 임차료 11억원은 아직 갚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체불 사업주를 2016년 고발했으나 수사는 멈춰 선 상태다. 노조는 “경찰이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고소인 조사 한번도 하지 않고 종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