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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공개되는 삼성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소송 진 노동부, “상고 포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잇달아 숨졌는데도 기업 편에 서서 작업환경 정보를 숨겨온 고용노동부가 이제야 손을 들었다.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던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직업병 피해자 유족에게 내주기로 했다. 이달 초 고등법원에서마저 패소하고는 결국 상고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주최로 지난해 3월6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1만1299명의 서명지가 놓여 있다. 강윤중 기자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대전고법 판결을 받아들여,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유족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앞으로도 산재 입증 등에 필요한 정보는 적극 공개해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작업장에서 노동자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의 노출 정도를 측정한 결과를 적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6개월마다 노동부에 제출한다. 직업병 피해자들이 산재를 입증하려면 꼭 필요한 자료인데, 지난 정부 내내 노동부는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3년간 일하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2014년 8월 숨진 이범우씨(당시 46세) 유족은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해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노동부가 이를 거부하자 유족은 2016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전고법 행정1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이를 뒤집고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중 근로자 이름을 뺀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작업장의 위험성을 확인하는 것은 사망한 이씨를 비롯해 해당 작업장의 전·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더 나아가 해당 작업장 인근 주민들의 생명·건강 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은 자신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고,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지침을 개정하고, 앞으로 전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적극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