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날, 이 공장에서 일했던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을 정규직 신분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함께 나왔다. 한국지엠이 그동안 ‘쉬운 구조조정’을 위해 써왔던 비정규직들이 불법파견이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13일 인천지방법원 민사11부(변성환 부장판사)는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45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국지엠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근로조건을 결정했다”라고 했다. 제조업은 파견 허용업종이 아니므로 이런 근무 형태는 불법이다. 재판부는 한국지엠에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거나 고용 의사를 밝히라고 명령했다.
13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승소한 비정규직들은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넘게 일해왔다. 정규직과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일하면서도 임금과 복지, 고용안정에선 차별을 받았다. 한국지엠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공정 일부를 하청업체에 떼어 주는 방식을 자주 써 왔다. 쉽게 인력을 늘이거나 줄이려는 목적이다. 물량이 줄어들 때마다 비정규직이 가장 먼저 감축 직격탄을 맞는다.
▶“적자경영 해놓고 노동자에 책임 떠넘기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노조 투쟁 선언
이날 판결로 법원은 한국지엠의 인력 운영이 불법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미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대법원이 한국지엠에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법도 “한국지엠은 앞선 판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근본적인 근로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파견근로자들로 노동력을 확보하고 노무비용을 줄여왔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지엠은 가동률이 떨어진 군산공장을 5월31일부터 문 닫기로 결정했다. 승소한 노동자 가운데 8명은 군산공장 출신이다. 정규직으로 인정받았지만 돌아갈 공장이 없어지는 셈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린 비정규직과, 사용가치가 떨어져 폐쇄하는 공장의 현실이 겹쳐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일하고 돈 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림픽 붐’ 일으킨다던 평창 빙등축제...건설노동자 “11억원 체불” 증언 나선다 (0) | 2018.02.25 |
---|---|
이제야 공개되는 삼성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소송 진 노동부, “상고 포기” (0) | 2018.02.25 |
[뉴스 깊이보기]9년의 기다림…쌍용차 해고자 130명, 올해는 공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0) | 2018.02.22 |
1월 노동시장 동향 보니...“최저임금 오른 탓? 단정할 단계 아냐” (0) | 2018.02.22 |
콜센터 감정노동자 ‘업무 중단권’, 배달앱 사업주도 라이더 보호 의무…28년만에 전면 개정되는 산업안전보건법 (0) | 2018.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