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지리산국립공원에서 활짝 피어난 복수초가 관찰됐다. 복수초는 고 박완서 작가가 ‘교복단추’에 비유했던 꽃이다. 누런 메마른 땅에서 피어난 황금빛 봄꽃인 까닭이다. 꽃과 흙을 사랑했던 박완서 작가의 ‘꽃출석부’ 가운데 1번 꽃은 복수초였다고 한다. 겨울이 물러가려는 기미가 보이기 무섭게 피는 꽃이다.
2월15일 꽃봉오리를 터뜨린 지리산국립공원의 복수초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그렇게 빨리 핀다는 복수초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14일 늦게 피었다. 지난해 지리산국립공원의 복수초 개화시점은 2월1일이었다. 혹독한 추위가 길게 이어진 탓에 복수초마저 늦게 찾아왔다. 그래도 올해는 전국의 모든 봄꽃 가운데 복수초가 가장 빨랐다. 지리산보다 남쪽에 위치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홍도의 큰개불알꽃은 원래 지리산의 복수초보다 꽃봉우리를 빨리 터뜨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지리산의 복수초보다 2일 늦은 17일 피었다.
복수초만큼 알려지지는 않은 큰개불알꽃은 사실은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다. 꽃은 하늘색이고 길이는 2~4㎝ 가량 되며 열매가 8~9월에 달린다. 열매 모양이 개의 불알과 같다고 해서 큰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매화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춘당매와 또다른 봄꽃인 별꽃, 냉이꽃도 18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에서 개화했다.
2월17일 개화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 큰개불알꽃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전남의 무등산과 변산반도, 충북의 소백산에서도 19일에 복수초, 노루귀 등의 야생화가 피었다. 노루귀는 토양이 비옥한 산지에서 잘 자라는 꽃이다. 꽃은 흰색, 분홍색, 청색을 띠고 꽃줄기 위로 한 송이가 달린다. 꽃이 핀 후 잎이 나오는데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귀라는 이름이 붙었다.
2월17일 개화한 변산반도국립공원 노루귀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에서 봄꽃이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시기는 3월5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3월 초에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지리산을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노란 물결은 4월즈음 전국의 국립공원으로 퍼져간다. 생강나무는 숲속 계곡이나 냇가에서 잘 자라며, 나무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강원도에 있는 치악산, 오대산, 태백산, 설악산에서도 3월 중순부터는 노루귀, 변산바람꽃, 제비꽃을 볼 수 있다. 특히 변산바람꽃은 한국 특산종이다. 193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발표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학명에도 ‘변산’이 들어간다. 변산반도,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에 분포하며 흔한 꽃이 아니기 때문에 보존이 필요하다.
3월 중순부터 변산반도 등에서 볼 수 있는 변산바람꽃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봄꽃 ‘개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기상청은 기상관측소 내 표준 관측목에 핀 꽃송이를 보고 판단한다. 가지에 많은 꽃이 피는 다화성 식물의 경우에는 나무 하나에 3송이 이상 피었을 때 ‘개화했다’고 본다. 관측목에서 80% 이상 꽃이 피면 ‘절정’에 달한 시기로 판단한다.
국립공원에 있는 꽃나무의 경우에는 나무 하나에 3송이 이상 피었을 때를 개화한 것으로 본다. 개체 하나에 하나씩 꽃이 피는 단화성 식물과 초본류인 야생화는 단 한송이라도 꽃봉우리를 터뜨린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2월17일 개화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 동백꽃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등산하다가 만난 봄꽃이 반갑다고 함부로 꺾어서는 안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야생화 등을 채취하는 행위는 자연공원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봄철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는 작고 소박한 꽃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야생화를 감상할 때는 손으로 만지지 않으며, 사진을 찍기 위해 정규탐방로를 벗어나 출입이 금지된 곳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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