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0~30㎞ 거리에 있는 지역조차 22세기가 될 때까지도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의 방사능 오염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7주기를 앞두고 ‘후쿠시마를 돌아보며: 7년간 지속되고 있는 재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지난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현 나미에, 이타테 지역의 집과 숲, 도로, 논밭 등 수만개 지점의 방사선량을 전문장비로 측정한 결과가 담겼다.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 지역의 쓰시마 거리에 살던 칸노 미즈에씨가 참사 이후 약 7년 만에 자신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_ 그린피스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30㎞에 있는 나미에 피난구역의 방사능은 22세기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1mSv·밀리시버트) 수준으로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피난지시가 풀려 주민들이 돌아가기 시작한 이타테같은 지역도 이번 세기 중반까지는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 이내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그린피스는 판단했다. 조사를 이끈 그린피스 벨기에사무소의 방사선 방호 전문가 얀 반데푸트는 “어린아이와 여성을 포함한 시민들이 이렇게 오염된 환경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은 매주 한차례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 것과 같으며, 용납할 수 없는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연간 피폭 허용한도의 ‘100배’
그린피스가 나미에 피난구역 중 원전에서 25~30㎞ 사이에 있는 한 주택을 조사해 보니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의 7배에 달하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심지어 이 집은 정부의 시범 제염대상이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미에 피난구역 안의 오보리 마을에서는 연간 피폭량이 101mSv까지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지점에서 1년을 보낸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피폭한도의 100배에 이르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셈이다. 피난구역 산림의 60%가 몰린 지역에선 연간 17mSv의 피폭을 부르는 수준의 방사선 수치가 나왔다.
통행이 허가된 길 주변 상황은 더 심각했다. 무로하라 지구와 쓰시마 지구를 관통하는 114번 국도에서 50m도 채 안되는 지점에선 측정기 높이를 지상 10cm와 1m로 달리해 방사선량을 재봤다. 시간당 137μSv와 11μSv가 각각 기록됐다. 그린피스 설명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이전 자연방사선의 287~3400배 수준”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나미에 피난구역의 방사선 오염 제거작업을 곧 시작하려 하고 있으며, 중심지 등은 2023년쯤 피난지시를 해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고농도로 오염된 나미에의 피난구역에서 제염활동을 할 작업자 수천명이 방사선 피폭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이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심지어 해당 지역의 70~80%는 제염 자체가 불가능한 오염된 산림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제염작업으로 나미에가 회복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은 “나미에를 비롯한 피난구역들은 이번 세기가 끝나야 정부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관점에서 보든 앞으로 수십 년은 사람이 돌아가 살기에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위험, 귀환정책 중단해야”
제염작업이 끝나 주민들이 일부 돌아온 지역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내륙에 있는 이타테의 경우 제염 뒤에도 6가구 중 4가구에서 정부 목표치의 3배에 달하는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다. 이타테에서는 이상현상도 포착됐다. 이곳을 2011년 3월부터 7년간 줄곧 조사해 온 그린피스는 “고도로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타테의 한 주택에선 방사선량이 2016년 이후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 그린피스 전문가들은 “오염도가 높은 주변 산비탈 삼림에서 방사성 핵종(방사성 원자핵을 가진 원자)이 이동해 재오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미에 지역 몇몇 곳에서는 이타테처럼 지난해 피난지시가 해제돼 주민 거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지역 학교 주변 숲에서는 연간 10mSv까지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그린피스는 “아이들은 방사선 피폭에 더욱 취약할 뿐 아니라 땅에서 노는 경우가 많아 지표면 위에 쌓인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이런 곳들에 주민을 복귀시킨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피난민 주거 지원을 중단해 “돌아갈 수밖에 없게끔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부가 귀환을 밀어붙여도 실제 난민들의 귀환율은 나미에의 경우 2.5%, 이타테는 7%다. 주민들이 정부 판단을 믿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귀환 정책에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일본의 ‘인권상황정기검토’를 했을 때 독일 등은 4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피난민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어린이 피폭 위험을 줄이고, 피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일본 정부의 연간 피폭한도 기준 20mSv를 후쿠시마 참사 이전 기준인 1mSv로 되돌리라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이 권고를 이행해 지금의 귀환정책을 중단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환경과 생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윤경의 똑딱똑딱] 철창에 갇힌 ‘반다비’들은 웁니다 (0) | 2018.03.14 |
---|---|
추위 때문에...북방산개구리 “저도 이제 알 낳았어요” (0) | 2018.03.14 |
올해도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새 발전소 늘어,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의문’ (0) | 2018.03.01 |
긴 겨울 지나, 봄꽃도 늦네...지리산 복수초, 홍도 큰개불알꽃 등 봄꽃 개화 (0) | 2018.02.26 |
평창 올림픽 '잔치' 끝나면...파헤쳐진 가리왕산 어쩌나 (0) | 2018.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