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가명’을 써도 된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조사과정에서 일어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
여가부와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가 성폭력 피해 신고를 받았을 때 ‘가명 조서’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성폭력 피해 상담 과정에서부터 이를 알리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살인같은 강력범죄와 마약류 범죄,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해서는 피해자 진술조서나 참고인 조서 등을 가명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가명으로 한 서명도 본명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서류와 서류 사이에 겹쳐서 찍는 간인이나 날인이 필요하면 도장 대신 지장을 찍게 한다.
신고자의 인적 사항은 ‘신원관리카드’에 따로 적어 보관하며, 이 카드는 피의자가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 내에서도 담당 형사만 볼 수 있게 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여가부가 운영하는 해바라기센터같은 피해자 지원기관의 상담 기록지도 가명으로 쓸 수 있다. 여가부는 해바라기센터 등에서 상담할 때부터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피해자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성폭력 조사에서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신원을 알게 된다거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 혹은 책임을 추궁하는 질문을 해 재차 가해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 내에 성폭력에 대해 잘 이해하는 전담인력을 지정해 두는 등의 방안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젠더와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장자연 9주기 (0) | 2018.03.14 |
---|---|
안희정 지지했던 ‘팀스틸버드’의 눈에 띄는 ‘지지철회문’ (0) | 2018.03.14 |
[미투]항의, 핍박, 역고소, 손배소...STX 성희롱 피해자의 힘겨운 싸움 (0) | 2018.03.01 |
정부, 성폭력 대응 ‘콘트롤타워’ 가동…100일간 공공부문 성폭력 특별신고 접수 (0) | 2018.03.01 |
“스토킹은 범죄”…벌금·징역형 처벌 가능해진다 (0) | 2018.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