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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삶

안희정 지지했던 ‘팀스틸버드’의 눈에 띄는 ‘지지철회문’

“가해자의 정치철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를 네 차례 성폭행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지난 5일 밤 안 전 지사의 트위터 지지자 그룹인 ‘팀스틸버드(@teamsteelbird)’는 지지철회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가해자의 정치적 입장이나 위상에 따라 범죄행위를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가해’를 배격하는 이들의 성명서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팀스틸버드 트위터 성명서


팀스틸버드는 성명에서 “우리는 왜 정치인 안희정을 지지해왔는가”라고 자문하면서 “보편적 인권을 말하는 안희정을 지지했다. 민주주의 절차와 시스템을 중시하는 그를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의 철학과 가치는 모두 허위임이 명백해졌다”면서 “윤리가 결여된 예술가의 작품은 가치가 없다.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정치철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간의 지지활동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고 고립감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두렵다”면서 “팀스틸버드 운영진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 뒤늦으나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를 전하며 향후 2차 가해에 함께 대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1주일간 트위터 계정에 게시할 것이고 활동은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방송 보도 직후 안 전 지사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정치적 음모를 의심하는 글들이 올라왔으나, 팀스틸버드의 성명서가 자연스럽게 ‘자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투’ 혁명을 거치며 시민의식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치인은 파렴치했으나 그 지지자들은 품격 있다” “합리적인 생각과 용기 있는 결단을 지지한다”는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미투’를 겪으면서 시민들은 이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주의는 젠더에 대한 민감한 인식 없이는 의미가 없다는 것 또한 이 성명서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충남도청 성폭력 특별점검"…각 부처 장관도 '긴급회동'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정현백 여성부장관(오른쪽부터)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6이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정현백 여성부장관(오른쪽부터)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6이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 등 4개 부처 장관이 6일 한자리에 모여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논의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 속에 여가부는 이달 중 충남도청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여가부는 이날 오전 정현백 여가부 장관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회동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부처 간 협조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참석 예정이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 일정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정부는 8일 문화예술계 및 직장에서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는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막는 데에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 내 성폭력은 피해자가 노동청에 진정하면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하는데, 제대로 처분을 내리지 않아 사건이 유야무야되거나 조사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오히려 2차 가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최근 5년간 노동부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 2190건 중 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사건은 9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평등 전담 근로감독관을 고용노동지청당 10명 이상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청와대 청원을 진행 중이다.

여가부는 이달 한 달 동안 장관 주재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성폭력 대책을 어떻게 개선할지 현장 의견을 듣는다. 7일 여성문화예술연합,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등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공론화해온 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일터와 교육계 다른 부문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도 마련한다.

여가부는 충남도청에 대해서는 이달 중 성희롱·성폭력 실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먼저 온라인 조사를 하고 외부 전문가와 충남도청을 방문해 성희롱·성폭력 발생 실태와 사건 조치결과 등을 들여다본다. 아울러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