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30 21:11:01 수정 : 2018.03.30 21:18:22
또 다시 물과 소금만 먹으면서 30일째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48)이 단식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돼 아직도 공장으로 못 돌아간 노동자들을 올해 안에 복직시킬 방안을 사측에 요구하는 중이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3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지부장 건강 상태가 지금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조사관을 파견해 김 지부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이번이 네 번째 단식이다. 김 지부장은 2012년에는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듬해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에서 단식했다. 2015년에는 45일동안 곡기를 끊었다가 죽음의 문턱 앞에서 중단했다. 정리해고자 복직 교섭에 진전이 없자 목숨을 걸었다. 그해 12월 노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를 모두 복직 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45명만이 복직했다. 아직 120여 명이 남았다.
지난 1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김 지부장은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해고자 복직을 위해 올초 시작됐던 노사교섭은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김 지부장 등 해고자 3명이 53일간 ‘인도 원정투쟁’을 벌인 끝에 협상 테이블이 열렸지만 사측은 남은 해고자들의 복직 계획은 못박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지부장은 이날 주주총회를 위해 한국에 온 파완 고엔카 쌍용차 이사회 의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오전 평택 쌍용차 공장 앞 농성장으로 조사관을 파견해 김 지부장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했다. 전날 오영중 변호사가 인권위에 “김 지부장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긴급구제절차를 개시해 달라”며 “김 지부장이 장기간 단식을 하게 된 근본적 문제로 2015년 노(쌍용차지부)·노(기업노조)·사(쌍용차) 합의 이행에서 고용불평등의 문제점 등을 확인해 달라”고 진정했다. 인권위는 조사 후 ‘인권침해와 차별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인정되면 피진정인인 고용노동부에 문제해결을 위한 긴급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감옥에 있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 지부장 대신 단식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 지부는 이날 한 전 위원장이 지난 28일 김 지부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한 전 위원장은 “오늘(28일)부터 단식 투쟁은 조합원이 이어가게 하고 지부장은 복직에 집중해 달라”며 “동지가 많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갇힌 이 몸이 (단식을)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쌍용차 사태는 9년째 진행 중이다. 2009년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2464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하자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특공대 등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을 진압했고, 이후 해고자와 가족 가운데 질병이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29명에 이른다. 정부가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노동자들에게 낸 16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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