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임회사 넷마블에 재직 중입니다. 넷마블은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처럼 한때 야근의 대명사였지만 2016년 과로사 문제로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뒤 나아졌어요. 노동청이 바로 근로감독만 나갔어도 동생은 살 수 있었습니다”
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장향미씨(39)는 몇 번이나 울먹였지만 목소리만은 단호했다. 향미씨의 동생 장민순씨(36)는 살인적인 야근에 시달리던 웹디자이너였다. 장씨는 탈진한 동생을 보다못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원 한 달 뒤인 지난 1월3일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 대신 자신이 언제 출근하고 퇴근했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된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언니에게 남겼다.
동생은 2015년 5월 온라인 교육사업을 하는 에스티유니타스라는 IT기업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웹사이트 디자인을 맡아 했다. 야근이 많아 가족들이 걱정했지만 팀장 대행이던 동생은 참고 일해 승진을 한 다음에 퇴사하겠다며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등이 출퇴근기록과 메신저 대화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민순씨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직무교육 웹사이트를 리뉴얼하는 일을 맡았다. 야근이 급증하자 전부터 앓던 우울증이 악화됐다. 두 번이나 휴직 의사를 거절당한 뒤 9월부터 10월 초까지 한 달 동안 휴직을 했다. 향미씨는 “이미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됐다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았는데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했다.
복직 뒤 살인적인 야근이 다시 시작됐다. 유족 측 정병욱 변호사는 “원래 4명이 해야 할 업무를 혼자 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한 달 동안 오후 8시 이후까지 일한 날은 14일, 밤 12시 이후 퇴근한 날은 4일이나 됐다. 재직기간 2년8개월 동안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한 주가 46주나 됐다.
지난해 12월2일 동생이 대성통곡을 하며 업무의 과중함을 토로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해온 향미씨는 ‘해법’을 알고 있었다. 근로감독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향미씨는 그날 바로 서울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진정을 넣었고, 일주일 뒤 ‘청원’ 형식으로 재접수까지 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오지 않았다. 동생은 완전히 탈진했고 수면장애를 호소했다. 향미씨는 “넷마블은 특별근로감독을 전후해 고질적인 야근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제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는다”며 “특별근로감독만 나왔다면 동생은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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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씨가 기자회견을 하는 시간에,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강남지청 관계자는 “당시 근로감독관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해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할 수 없었다. 감독을 제때 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제부터라도 저희 직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근로감독을 충실히 받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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