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직에 피해 준 거 아시죠?” 성폭력 피해자 괴롭히는 ‘2차 가해’ 실태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입력 : 2018.04.05 15:07:00 수정 : 2018.04.05 15:19:20

서울시 소속 공무원 ㄱ씨는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해 2015년 가해자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우리 공무원들에게 피해를 주신 거 아시죠?” 동료 ㄴ씨는 피해자인 ㄱ씨에게 “공무원 조직에 먹칠을 했다”, “원인 제공을 했다” 등 말을 했다. ㄱ씨는 서울시 인권센터에 조사를 신청했고, 시민인권보호관은 ㄴ씨의 발언이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전형적인 2차 피해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ㄴ씨는 인권교육을 받도록 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라고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

이윤상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5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양성평등정책포럼에 참석해 이런 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포럼은 ‘미투운동에 대한 정책 대응과 향후 과제 진단’을 주제로 열렸다.

서울시는 2014년 9월부터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독립적 옴부즈만인 시민인권보호관이 전담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성희롱 피해를 옴부즈만에 직접 신고하는 ‘성희롱 신고전화 7979’도 같은해 개설됐다.

이날 이 보호관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시민인권보호관이 임명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인권침해 사건은 총 472건이었다. 이 가운데 성희롱 사건은 41건이었는데, 인권침해 접수를 받기 시작한 첫 해 2건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는 총 13건이 접수됐다.

서울시는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34건 가운데 18건(52.3%)에 대해 시정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7건은 성희롱 2차 피해에 관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이 중 ㄱ씨 사례를 포함해 4건에 대해 시정권고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직원에게 ‘(전에) 성희롱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었느냐’ ‘성희롱의 진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징계 건과는 상관 없는 질문으로 추궁한 사례에 대해서도 옴부즈만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또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적 있는 피해자에 대해 내부 감사 때 ‘동향 보고’를 언급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대해서도, 기관장에게 2차 피해에 대해 사내 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관련자들에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피해자에게 유급휴가와 심리치료 등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