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종사자 중 6.8%는 최근 3년간 직접적인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피해 뒤에도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참고 넘어갔고, 대응을 한 경우에도 사건 처리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에 따라 기관별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온라인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종사자 56만9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6일까지 4주간 이뤄졌다. 설문조사에는 전체 종사자의 40.8%인 23만2000명이 응답했다. 공공부문에서 수십만명 규모의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 전체 종사자 중 6.8%는 최근 3년간 성희롱·성폭력의 ‘직접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건을 문제삼고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지 못한 채 그냥 참고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후 어떻게 대처했는가’라는 질문에는 67.3%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직장 내 동료나 선후배에게 의논했다’는 응답이 23.4%로 그 뒤를 이었다. ‘직장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4.5%, ‘고충상담창구원이나 관련 부서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보다 사적 관계에 의한 상담을 시도하는 일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직장상사나 고충상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사건처리 결과에 만족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4.9%로 가장 많았다. ‘그렇지 않다’(16.5%), ‘보통이다’(18.2%) 등 사건처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는 모두 69.6%나 된다.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처벌이 미흡해서’(46.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피해자 눈높이에 맞는 사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심지어 고충상담창구 운영 등에 관한 정보를 모른다는 피해자도 47.2%나 됐고, ‘비밀보장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도 29.3%를 차지했다. 기관 내 홍보와 안내, 고충처리 절차에 대한 상세한 지침 마련과 함께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비밀 엄수 등의 조치가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면 적절하게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종사자의 70%가량이 ‘적절할 게 처리될 것’(매우 그렇다 44.6%, 약간 그렇다 26%)이라고 답한 반면, 10명 중 3명(29.4%)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비밀유지가 안 돼서 2차 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37.3%)는 점을 가장 많이 들었고, ‘기관 측의 축소·은폐 등 공정한 처리가 어렵다’(20.7%), ‘체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상담창구나 관련 규정이 없다’(20.6%)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의 기관장과 고위직은 성희롱·성폭력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52.1%), ‘그렇다’(20.1%) 등 긍정적으로 답한 이들이 72.2%였다.
여가부는 이번 사전 온라인 조사를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조사에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보완과제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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