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3 최미랑 기자
20대 후반 연령대에서 여성 고용률이 사상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하지만 30대가 되면 일자리와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고용정보원(고용정보원)의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의 역전과 고용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 고용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 여성 고용률은 69.6%로, 남성 고용률 67.9%보다 1.7%포인트 높았다. 2000년 53.6%였던 이 연령대 여성 고용률은 해마다 올라간 반면, 남성 고용률은 78.3%에서 해마다 조금씩 떨어져 지난해 역전됐다. 비정규직 비율은 여성(33.5%)과 남성(32.6%)이 비슷했다.
하지만 30대부터 고용안정성과 임금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여성 고용률은 30대 후반에 이르면 56.5%로 떨어진다. 28년 전인 1990년의 57.5%보다도 낮다. 출산이 늦어지면서 경력이 단절되는 시기가 뒤로 늦춰진 것일 뿐, 고용시장에서 여성이 밀려나는 현상은 그대로인 것이다.
남녀 간 임금격차도 30대부터 크게 벌어진다. 20대 후반 여성들은 같은 연령대 남성들이 받는 월평균 임금의 91.7%를 받는다. 하지만 30대 초반이 되면 남성들이 1000원을 벌 때 여성들은 837원을 번다.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은 30대 후반에는 72.3%로 떨어진다. 50대 초반 여성들은 남성의 절반인 52.5%를 받고 일한다.
비정규직 여성 비율도 연령대가 올라가면 급격하게 높아진다. 30대 후반 여성들은 10명 중 3명인 30.8%가 비정규직이다. 40대 후반은 37.1%, 50대 후반은 절반이 넘는 50.8%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남성의 경우 20대 후반 23.7%이던 비정규직 비율이 30대 후반에 14.6%으로 떨어지고 40대 후반 20.0%, 50대 후반에는 22.6%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이런 격차는 출산과 육아 부담을 여성들이 대부분 짊어지고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이 2016년 청년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해 보니, 아이가 있는 20~38세 청년층은 성별에 따라 취업률이 극명하게 갈렸다. 아이가 있는 남성은 98.3%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여성은 이 비율이 41.1%에 불과했다. 아이가 없는 청년층은 남녀 모두 취업자 비율이 62%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여성은 특히 취업률이 떨어졌다. 친인척 중에 아이 키우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있는 여성은 취업률이 26.8%인 반면, 그렇지 못한 여성은 5.9%에 그쳤다.
고용정보원은 “공공 보육서비스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는 것이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을 대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혜자 연구위원은 “정부가 경력이 끊긴 여성들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고 재취업을 지원하는 ‘사후적 정책’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육아휴직을 적극 보장하는 등 모성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돕는 노동시장 성평등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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