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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1회용 컵 보증금 10년 만에 부활...비닐봉지·과대 포장 규제 강화

환경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후퇴했던 폐기물 감량 정책을 되돌린다. 컵 보증금을 부활시키고 비닐봉지 규제 등을 강화해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폐기물을 유발하는 제품 생산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1회용품을 비롯한 폐기물의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쓰레기 대란 뒤 이런 내용을 담은 ‘1회용품 감량과 재활용 촉진 종합대책’을 만든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종합대책의 두 축은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것과 폐기물 부담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환경부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에 보고한 ‘폐기물 발생 억제 정책 변경 내용 및 향후 추진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는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1회용품 사용을 적극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폐지된 컵 보증금을 다시 도입한다. 유명무실했던 비닐봉지 사용 규제도 강화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규정도 정비하기로 했다.

생활폐기물의 주범으로 꼽혀온 ‘과대 포장’도 규제하기로 했다. 과대 포장의 기준과 측정 방법을 만들고, 유통 포장재 실태를 조사한다. 지금까지 따로 규정이 없어서 분리수거하기 어려웠던 포장 형태들을 세분화해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화장품류 등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포장 규제를 완화했던 품목들에 대해서도 재검토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썩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하게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면제’되는 항목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것도 재검토해 조정하기로 했다. 역시 업계 부담을 이유로 2010년 규제를 완화했던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제도도 정비한다. 환경부는 부담금 감면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연내에 감면 구간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의 종합대책을 이달 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재활용 앞서 발생 억제…후퇴한 ‘폐기물 감량정책’ 되돌린다

환경부가 준비하는 폐기물 발생 억제 정책의 방향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측으로 향해 있다. 양쪽 모두의 책임을 강화해 소비자들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생산자는 애당초 폐기물이 될 포장재를 줄이면서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난 정부 때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며 완화해놓은 규제들부터 먼저 재정비하기로 했다.

[단독]재활용 앞서 발생 억제…후퇴한 ‘폐기물 감량정책’ 되돌린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늘 접하는 대표적인 재활용 쓰레기가 1회용 컵과 비닐봉지다. 1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2002년부터 소비자로부터 50~100원을 받는 보증금 제도가 실시됐지만 2008년에 폐지됐다. 덜 쓰고 덜 버리자는 친환경 폐기물정책에서 뒷걸음질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조치였다. 1회용 컵 사용량은 2009년 4억3226만개에서 2015년 6억7240만개로 폭증했고, 회수율도 떨어졌다. 환경부가 지난해 보증금제 재도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89.9%가 찬성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품목이고 상징성이 크며 국민들 반감도 적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보증금을 다시 도입할 계획이다. 그간 업체와 환경부의 자발적 협약에 의존했는데 관련 규정을 정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채 쌓인 보증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비닐봉지의 경우 1인당 연간 사용량이 2015년 기준 420개에 이른다. 일정 규모 이상 점포에서는 비닐봉지를 20~50원에 팔도록 돼 있지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적다는 평가가 많다. 환경부는 환경보증금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마트나 편의점 외 다른 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터넷 쇼핑과 택배가 소비·유통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포장재’가 생활폐기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생활폐기물의 40%가 포장재라는 추산치도 있다. 과대 포장을 규제해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함께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로 바꿀 필요가 있다. 6월까지 과대 포장의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기준으로 측정 방법을 찾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 뒤 실태 조사 후 규제에 들어간다.

알약을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개별 포장한 ‘블리스터(물집 포장)’, 살충제 스프레이 따위에 쓰이는 에어로졸 같은 것들은 그동안 별다른 규제 조항이 없었다. 시민들도 어떻게 분리해야 할지 몰라 쓰레기통에 넣거나 자의적으로 재활용품으로 내놓는 식이었다. 앞으론 이런 형태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포장재 내부의 남은 공간(포장 공간)을 줄이고 포장 횟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과대 포장을 억제하는 제도들은 전에도 있었지만 기업들 부담을 덜어준다며 규제를 완화해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화장품류의 경우 포장 공간을 35%까지 둘 수 있게 해줬고, 2차 포장에 덧붙이는 포장재는 포장 횟수에서 제외해주는 식이었다. 환경부는 화장품류에 대해 이미 녹색소비자연대 등과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규제를 계속 완화해줄지 결정한다.

재활용하기 힘든 합성수지(PVC) 포장재는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면서 2003년부터 연차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에서도 계란 포장과 컵라면 용기 등은 적용을 면제해줬다. 2014년에는 “감량 목표에 근접했다”며 얼렁뚱땅 폐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환경부는 면제품목들을 다시 살펴보고 다음달까지 사용실태를 조사해 감량 의무 대상에 다시 포함할지 7월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제조·수입업체는 폐기물 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2010년 이명박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제도를 크게 완화했다. 부담금을 면제받는 기업의 규모를 플라스틱 기준 매출액 1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2015년에는 1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의 부담금을 70~100% 깎아주는 식으로 감면율을 높였다.

환경부는 그간 혜택을 본 영세·중소 기업들이 이제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감면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적용되는 기업들과의 형평성이나 부담금 납부 여력 등을 고려해 12월까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수도권 재활용업체들이 비닐과 플라스틱을 수거하지 않으면서 시작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다. 재활용품 수거를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현장 대책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리사이클링산업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추게 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상품생산-포장-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들을 유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해 이달 말에 재활용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계속된 규제완화 때문”이라면서 “재활용을 늘리는 것보다 배출 자체를 줄이는 감량화 대책을 원상회복하고,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폐기물 부담금 제도를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