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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유령 연구원, 기자재 가격 뻥튀기…환경 연구개발비 ‘빼돌린 돈’ 81억원

ㄱ대학 산학협력단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환경부의 기후변화 관련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연구기간은 총 59개월, 지원 금액만 3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참여인원도 매년 70명씩 5년간 309명이 투입됐다. 이 협력단에선 연구 협약도 체결하지 않은 대학 등 9개 기관에서 25명이 연구에 참여한 것처럼 거짓으로 연구개발 계획서를 작성해 승인받았다. 해당 기관들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인건비가 나간지도 몰랐다. 또한 해외 출장을 가면서 아무 역할도 맡지 않은 학생을 데려갔으며, 연구목적과 동떨어진 1개월 이상의 장기 해외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출장이 해마다 30여회, 5년 동안 148회에 달했다. 인건비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 금액은 16억6100만원에 이른다.

연구기관 ㄴ업체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수슬러지 저감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했다. 이들은 연구목적으로 혐기성소화조 제작을 위해 4.5㎥ 용량의 강화플라스틱 탱크를 구입하는데 4800만원을 썼다. 조달청 공시가격으로 따지면 1149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4배나 많은 돈을 청구한 것이다. 이 업체는 비슷한 연구를 하면서, 앞선 연구에서 사용된 원심분리기를 계속 사용했는데 새로 구입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구매 업체명을 다른 업체명으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승인을 받아 약 5000만원을 타낸 것이다.

환경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한 대학 연구소와 환경기업 46곳이 인건비나 기자재를 허위로 청구하는 수법으로 국고지원금 약 81억원을 부당하게 편취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지난 4년간 추진한 총 952건, 6966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감찰했다. 수사단이 적발해낸 기관·기업은 46곳이다.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유령 연구원’을 참여한 것처럼 거짓으로 연구개발계획서를 꾸며서 인건비와 해외출방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총 20건 약 37억원으로 파악됐다. 연구기자재 구입비를 시장 가격보다 부풀려 견적서를 조작하고 새로 구입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총 127건 약 44억원에 달했다.

수사단은 기술원에 정리된 영수증 전산 자료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확인 전화를 걸어서 문제 건수를 찾아냈다. 감찰에서 드러난 불법행위 147건에 대해선 지난달 15일 환경분야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 기관이나 기업들의 혐의가 검찰 수사를 통해 실제로 확인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환경부는 감찰 결과를 토대로 환경분야 연구개발 지원금 부당 편취를 예방하는 제도 개선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기자재 ‘쪼개기 구입’ 방지를 위해 연구장비 구입 대금을 기술원에 청구할 때 단순 품명만 기재하던 것을 모델명, 제품일련번호까지 반드시 기재하게 하여 ‘돌려막기’ 등 이중청구를 방지할 계획이다. 기술원의 연구기자재 현장 확인을 정례화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점검제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인건비의 경우에는 관련 기관들과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건비를 지급했다는 사실 외에 사람이 무슨 일을 했는 지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위해 수행기관과 관리 기관이 함께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