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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삶

[기타뉴스]북한에선 어떤 피임법이 많이 쓰일까…통계로 보는 남북한 여성의 삶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수정2018-05-02 11:12:50
 

한반도에 봄바람이 붑니다.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담소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였지요. 북한 여성들 삶은 우리와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6년에 ‘남북한 여성가족 통계 비교 연구’ 보고서를 냈습니다. 어렴풋하게나마 북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고서입니다. 통계청이 매년 집계하는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와 북한이 유엔 등 국제기구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외 북한 여성 관련 연구논문들을 발췌해 같이 소개합니다.

지난 3월31일 평양 시내를 걷는 여성들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육아는 사회가 함께’

북한은 정권 수립 때부터 여성도 직장에서 일하고 육아 부담을 사회가 맡도록 했습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1948년 ‘3·8탁아소’를 세운 것입니다. 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에서 탁아소 이름을 따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곧바로 여권 신장과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어머니 역할이 여전히 강조됐습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커진 것은 오히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입니다. 1980년대부터 경제성장이 더디어지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진 이후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국가배급제가 제 구실을 못하자 굶어 죽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미국 언론인 바버라 데믹이 탈북민들 증언을 묶어 펴낸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보면, 배급이 끊기자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내다 팔고, 두부를 짜내고 남은 물에 설탕에 조린 팥을 섞어 얼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파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처럼 장마당에 나가 돈 버는 여성이 늘어나고, 여성이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집이 늘면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분석(구수미·이미경, 2005)이 있습니다.

북한의 공공보육 제도는 1970년대 중후반 구축됐습니다. 어린이들은 입학 직전 해에 유치원 ‘높은반’에 의무적으로 다닙니다. 공교육 제도도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붕괴됐으나 유네스코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 유치원에 가는 만5세 아동 비율이 98.9%로 보고돼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93년 평양 거리를 걷는 여성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탁아소와 유치원은 전부 국가가 운영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주 단위, 월 단위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와 유치원도 있다는 겁니다. 북한 어린이보육교양법 제 40조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이러한 유형의 탁아소를 설치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로 평양, 함흥, 청진같은 대도시에 많이 설치돼 있고, 국내외 출장이 잦은 기자나 예술인 등 고학력 여성들이 이용한다(이윤진 외, 2013)고 하네요.

집안에서 여성이 더 많이 일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축을 기르고 텃밭을 가꾸거나 땔감 구하기, 물 긷기 등 ‘가구 내 경제활동’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구 내 경제활동 주당 평균 종사시간은 남성 1.68시간, 여성 2.19시간이었습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자급자족으로 대체하는 인력은 주로 여성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남한은 ‘콘돔’, 북한에서는?


첫 결혼 연령은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을 기준으로 북한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13년 평균 25.1세, 남성은 28.1세입니다. 같은해 남한에서 여성은 평균 29.8세에, 남성은 32.4세에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혼율은 남성 0.2%, 여성 0.7%로 매우 낮습니다. 이혼 절차가 까다롭고 허가 받기 어려워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피임은 어떻게 할까요? 설문조사에서 남북한 모두 ‘별도의 피임을 안 한다’는 응답이 약 22%로 나타났습니다. 방법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남한에선 콘돔(23.8%)을 제일 많이 쓰는데, 북한은 대부분 여성이 자궁 내 장치(74.0.%)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피임법인 정관수술(16.7%)은 아예 이뤄지지 않고(0%), 콘돔을 쓴다는 비율은 0.2%에 그쳤습니다. 피임의 책임과 신체적 부담을 여성들이 거의 다 짊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결혼한 여성이 낙태를 하는 비율은 남한이 17.0%, 북한이 10.5%였습니다. 이유는 크게 갈렸습니다. 남한 기혼 여성들이 ‘더 이상 자녀를 원치 않아서’ 인공임신중절을 주로 택하는 반면 북한 여성들은 ‘자궁 외 임신’이나 ‘건강 상의 이유’를 주된 사유로 꼽았습니다. 의료조건이 열악해, 난산일 경우 아이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이 임신·출산 과정에서 숨지는 ‘모성사망’도 많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북한에서 아이 10만 명이 태어날 때 엄마 76명이 숨졌습니다. 남한의 5배입니다.

남북한 모두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세계 평균에 못 미칩니다.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5명인데 2014년 기준으로 남한은 1.21명, 북한은 1.98명입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출산율을 높이려고 다산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민보건법 제11조에서는 “국가는 여성들이 어린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을 장려하며 한 번에 여러 어린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과 그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베푼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4명 이상 자녀를 둔 여성에게 자녀수에 따라 특별보조금을 지급하고, 3명 이상 자녀를 둔 가구에는 주택을 우선 배정합니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우리와 똑같습니다.

고위 정치인 여성 비율 ‘112위’ 똑같네

북한은 2015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87명 중 여성이 112명이라고 국제의회연맹(IPU)에 보고했습니다. 비율로 보면 16.3%인데요. 2015년 한국의 19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도 똑같이 16.3%였습니다. 전 세계 평균 22.3%에 크게 못 미칩니다. 국제의회연맹 집계에서 남북한은 나란히 112위를 기록했습니다.

[관련기사] ▶ 한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 북한과 똑같은 세계 112위

체제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지방의회의 여성 참여율은 북한이 높습니다. 2015년 도·시·군·리 지역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선출된 사람 가운데 37%가 여성이었습니다. 남한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도의회 의원 789석 중 113석이 여성에게 돌아갔고, 비율로 따지면 14.3%입니다. 구·시·군 의원 기준으로는 2898석 가운데 732석이 여성으로 25.3%에 그쳤습니다.

5급 이상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은 북한이 남한보다, 5급 미만 여성 공무원 비율은 남한이 북한보다 높습니다. 여성 법조인 비율은 남한이 2배 이상 높습니다. 2016년 북한의 여성 판사 비율은 11.9%였습니다. 2014년 남한 법조인 가운데 여성은 21.7%, 판사만 보면 27.3%입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북한에 변호사라는 직종 자체가 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중·고등학교를 합쳐 모두 중학교로 부릅니다.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을 마치면 한국의 ‘고졸’에 해당하는 ‘중졸’이 됩니다. 모두 의무교육이어서 중등교육까지는 남자나 여자나 상관없이 취학률이 100%에 가깝습니다. 고등교육으로 가면 성별 격차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전문학교·직업학교·대학교 등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은 여성이 14.1%, 남성이 18.8%로 집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