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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의 복지앓이] 통일 되면 북한 주민들도 국민연금 가입?···국민연금 자체보고서 살펴보니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이설주 여사가 공연장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이설주 여사가 공연장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통일 당시 서독의 복지제도를 거의 전면적으로 동독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사회보장 통합을 추진했다. 연금분야에서만 약간의 경과조치를 뒀을 뿐 서독의 높은 복지수준을 동독 지역 주민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그 결과 사회보장 분야 통합이 전체 통일비용의 절반을 차지했고, 그 중의 절반은 연금분야에서 발생했다.

통일직전 동·서독과 최근의 남·북한간 주요 거시지표 비교(출처: 한반도 통일에 대히반 남북연금 통합 기본계획 연구)

통일직전 동·서독과 최근의 남·북한간 주요 거시지표 비교(출처: 한반도 통일에 대히반 남북연금 통합 기본계획 연구)

경제적인 측면만 보면 현재 남·북한의 ‘통일 여건’은 독일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소득수준(1인당 GDP 기준)면에서 통일 당시 동독의 소득은 서독의 3분의 2 정도라도 됐지만 현재 북한의 소득수준은 남한의 20분의 1 수준이다. 또 동독의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 수준이었지만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절반 정도다. 통일을 하게 될 경우 남한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서독에 비해 훨씬 더 클 것이란 의미다.

북한도 국민연금이 있다

남·북한은 각각의 사회 보장 및 연금체계를 갖고 있다. 남한은 국민연금 등의 사회보험을 핵심적 소득보장제도로 설정해놓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 등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무상배급제를 기본으로 깔아놓고 공로자 연금, 노동자 연금, 농민 연금 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시작시기는 북한이 훨씬 빨랐다. 북한은 해방직후인 1946년 ‘노동자 연금’ 등 공적연금을 시작했고, 1980년대 중반에 ‘협동농장 농민연금’을 도입하면서 전국민연금을 달성했다. 반면 남한은 1960년에서야 공무원연금이 시작됐고, 1963년 군인연금, 1975년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종사자 중심으로 제도가 확대됐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됐으며 1999년 도시지역 확대로 전국민연금이 완성됐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남한의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만 지급하지만, 북한의 무상배급제는 모든 국민이 대상이다. 또 노령연금 수급연령도 남한은 65세를 지향하고 있지만, 북한은 남성은 60세, 여성은 55세로 더 낮다.

남·북한 사회보장제도를 꼭 통합해야 하나

보고서는 남북간 통일, 그 중에서도 ‘급진적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기존 기업이나 노동자들이 ‘경쟁 속에서’ 도태되고, 그 결과 대량 실업과 대량 남하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북한주민의 대량 남하는 남한 지역의 노동시장을 교란시키는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크다고 본다.

북한지역 주민의 남하를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수준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남한의 복지제도를 통해 북한에도 삶의 기반을 제공해 준다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초연금의 경우 북한의 ‘무상배급제’를 완전히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는 남한(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과 다른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 및 자산에 상관없이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지역 고령 노동자들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으로 통일 초기 단계에서는 소득과 자산을 파악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지급 연령대 역시 기존 북한제도에 맞춰 남성 60세, 여성 55세로 하되 순차적으로 남한 제도에 맞춰가야 한다. 다만 이들이 남한으로 이주를 한다면 보다 더 까다로운 남한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북한 주민들의 ‘기득권’, 풀어서 말하면 기존의 가입기간을 얼마나 인정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남한의 경우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에 출산, 군복무 기간 일부를 적용하지만 북한은 노동에 참여한 기간 뿐만 아니라 직장 이동에 따른 공백기간(재배치 대기기간)까지도 폭넓게 인정해 준다. 참고로 독일은 서독의 제도를 동독에 이식하면서 양쪽의 가입 기간 중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는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북한연금의 가입기간을 일괄적으로 인정하고, 그 이후부터는 남한의 제도를 적용하면 무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원조달은 어떻게

남한 기초연금의 필요 재원은 통상 중앙정부가 75%, 지자체가 25%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 초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의 지자체의 재정 능력은 매우 열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통일 초기에는 중앙정부 즉, 통일정부가 전액 국고로 부담해야 한다. 보고서는 대략 북한지역 지자체의 재정능력(세수기준)이 평균적으로 남한지역의 50% 수준 정도에 도달했을 때 혹은 북한지역 경제가 남한지역의 50% 수준에 도달했을 때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원분담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연금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부과방식’으로 운영해 남한처럼 적립금이 쌓여 있지 않다. 또 통일 초기 북한지역 주민들에게 받는 보험료 수입은 기득권의 인정에 따른 지출을 충당하기조차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부과방식을 적용하되 적자분은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통일정부의 국고로 조달해야 한다. 다만 보고서는 재정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한간의 국민연금 회계처리는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