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0명 중 9명은 사망 전 주변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가족들조차 이 신호를 알아본 사람은 21.4%에 그쳤고, 알아차렸다 해도 적절하게 대처한 사람은 적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5~2017년 목숨을 끊은 이들 중 289명의 사례를 면밀히 조사한 ‘자살사망자 심리부검 분석결과’를 3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방법이다.
분석 결과, 자살자의 92.0%는 언어·행동·정서 상태의 변화로 자살 경고 신호를 보냈다. 자살이나 살인, 죽음을 자주 언급하거나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 자기비하적인 말을 하거나 자살하는 방법을 물은 경우도 있었다.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증세를 보이거나 과식 또는 소식을 했다. 통장이나 물건을 정리하거나 외모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평소 아끼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했다. 죄책감, 무력감, 과민함 등을 보였고 대인기피나 흥미상실 증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가족들 중 이를 알아챈 사람은 21.4%에 그쳤다. 신호를 알아챘더라도 직접 자살하려는 생각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전문가와 연결시키는 등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는 30% 수준에 불과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나 ‘걱정은 했지만 자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자살의 절반 이상인 57.4%가 집에서 목숨을 끊었고, 45.3%는 가족에게 발견됐다. 가족들의 상처는 컸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자살유가족 중 352명을 조사해보니 80%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들 중 27%는 심각한 우울 상태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분석결과를 토대로, ‘위험 신호’를 빨리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는 훈련을 받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를 양성할 계획이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주변에서 주의 깊게 살피면 자살을 막을 수 있다”며 “교육받은 게이트키퍼를 100만명까지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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