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살인적 노동’ 시달리는 아시아나항공 지상여객서비스 직원들
ㆍ“더 이상 못 견뎌” 노조 결성
ㆍKA 직원 사흘 새 110명 가입
고정훈씨(27)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여객서비스를 맡고 있는 ‘출입국팀’ 직원이다. 비행기가 뜨기 1시간30분 전에 게이트 앞으로 가 이륙과 탑승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손님들의 여권과 탑승권, 비자를 체크한다. 이륙이 지연될 때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는 손님들을 안내하거나 바뀐 표를 전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아시아나항공 유니폼을 입고 승객을 맞지만 그는 아시아나 직원이 아니라 ‘KA’라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자회사 소속이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고씨처럼 여행객 안내나 수하물, 마일리지, 라운지서비스 등 공항 내 승객 서비스의 모든 업무에 배치돼 있다.
이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견딜 수 없다”며 노조를 만들었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은 2일 서울 종로의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혜진 지부장은 “이게 사는 건가 싶어서 노조를 결성했다”고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의 특성상 이들의 근무 스케줄은 매일 바뀐다. 이착륙이 지연되면 퇴근시간은 무한정 미뤄진다. 보통 오후 1시~10시 근무를 하고, 다음날에는 곧바로 오전 7시~오후 4시 근무를 한다. 하지만 새벽까지 승객을 챙겨야 하는 일도 많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사흘 동안 고씨는 아예 잠을 자지 못했다. 문 지부장은 “17~18시간 일하고 공항 내 숙소에서 2시간 쪽잠을 잔 뒤 다시 출근해 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뛰다가 다치거나 수면장애, 피부병, 생리불순, 유산 등을 겪고 퇴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입사 11개월차인 고씨의 동기 14명 중 벌써 10명이 퇴사했다. 고씨는 “바로 어제도 동료 하나가 뛰다가 다리를 다쳤다. 퇴근 직전에야 스타킹이 피로 물든 것을 본 다른 동료가 알려줘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보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라 산재 보상이 뭔지도 잘 모르고, 알더라도 ‘시끄럽게 만들기 싫어서’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한 노조에는 사흘 새 KA 직원 500여명 중 110여명이 가입했다. 문 지부장은 “이름조차 생소한 KA 직원이 아닌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로 우리 이름을 되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동조건과 임금을 협상하기 위해 2일 KA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직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KA 노사가 잘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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