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계약 배달원 ‘주 52시간 근무’ 적용 안 받아 업무 부담 떠넘겨
경기 용인시의 ㄱ씨(42)는 우체국 소포를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우체국 직원이 아닌 ‘위탁노동자’다. 예전에는 토요일에 하루 160~170건을 배달했는데, 지난주에는 240개를 처리해야했다. 새벽 5시에 나와서 오후 9시40분에야 일이 끝났다. 그는 “하루 350개를 배송하느라 오후 11시가 넘어서까지 일한 동료도 있었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우체국은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뒤 집배원들의 토요 근무를 없앴다. 그래서 ㄱ씨같은 위탁노동자들이 주말 일거리를 떠안게 됐다. 우체국 노동자는 우체국 소속 공무원인 집배원과 물류업체와 계약한 배달원으로 나뉜다. ㄱ씨같은 이들은 명목상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근로기준법이 바뀌어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 이하로 줄어든다지만, 위탁노동자들에겐 ‘해당사항 없음’이다. 집배원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이런 위탁노동자들의 일 부담은 더 늘어난다.
배달원들은 7월부터는 물류업체가 아닌 우정본부 산하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직접 계약하게 된다. 우정본부는 5월말까지 계약서를 새로 쓰기 위해 현재 배달원들과 배달수수료 등 등 계약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배달원들은 우정본부가 집배원 과로사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찾지 않은 채, 자신들같은 위탁노동자들 ‘쥐어짜기’로 해결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집배원 근무조를 52시간 근무에 맞춰 짠 우체국들에서 배달원들에게 물량이 과도하게 쏟아지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배달원들 근무환경이 더 악화될까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진 본부장이 이끌던 전국우체국위탁택배협회는 1일 택배연대 소속 노조로 출범했다.
ㆍ7월부터 물류지원단 소속 변경…노조 출범 동향 수집 물의도
물류지원단이 최근 노조 동향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전국 지사에 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는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 초 지원단에서 내려보낸 문건에는 배달원들의 단체 가입 현황을 적고 성향을 분석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직접계약 시 배달원 단체행동 등으로 인한 계약지연 상황 대비”가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배달원들과 물량 등을 논의 중이고, 집배원 근무시간을 줄이는 만큼 배달원도 더 많이 고용할 계획이어서 업무 부담이 배달원들에게 쏠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입 현황 정도는 조사해도 된다는 노무사의 자문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업무부담을 늘리면서 배달원들의 파업 등 저항을 막기 위해 사실상 ‘사찰’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3일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원들의 노동실태를 알릴 계획이다.
'일하고 돈 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 1년 좌담회]"우린 아직도 희망고문 당하고 있다” (0) | 2018.06.12 |
---|---|
[인터뷰]‘마포대교 점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구속...“임금 떼이지 않을 권리 지키고 싶었을 뿐” (0) | 2018.06.12 |
17시간 근무하고 2시간 쉬는 아시아나 지상여객서비스 노동자들 (0) | 2018.06.12 |
[기타뉴스]누룽지와 커피자루로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0) | 2018.06.12 |
“우리는 쓰고 버리는 값싼 부품이 아니다” 특성화고 졸업생들 노조 설립 (0) | 2018.06.11 |